제주특별자치도 농정 당국은 매년 5월과 8월·11월에 감귤 생산관측 조사를 실시, 예상생산량을 발표해왔다. 제주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감귤생산 및 수급계획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 5월 5일부터 9일간 도내 456개소에 대하여 관측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올해는 예상생산량은 발표하지 않고 ‘최근 5년보다 크게 낮아진’ 화엽비(묵은 잎 1개당 꽃의 비율)만 발표했다.

올해 화엽비는 제주도 평균이 0.66으로 2012~2016년 평균 0.90의 73% 에 불과했다. 서귀포시 동지역 0.97과 남원지역 0.83 등 산남이 높았고, 제주시와 동·서부 지역은 0.40~0.67로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엽비만 발표한 것은 5월의 예상생산량 발표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 실 생산량과 차이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행정의 입장이다. 아울러 담합 등 ‘악용’의 소지가 많다는 이유도 대고 있다.

문제는 예상생산량이 발표되지 않음에 따라 농가를 위한 농정 가이드라인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행정의 주장처럼 ‘오차’가 적지 않아 실제 ‘지표’로서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감’을 잡을 정도의 가치는 있었다.

그것마저도 사라져버렸다. 오차가 있으면 수정하며 줄여야 한다. 오차가 있다고 발표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는 것을 넘어 장독을 깨버린 처사와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5일 올해 산 노지감귤 생산량은 착과 및 재배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최대 5.6%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정작 감귤 정책의 ‘주(主)’인 주산지 지방 관청은 생산량을 예상하지 않는데 ‘객(客)’이 중앙 기관이 떡하니 내놓은 것이다.

더욱이 주산지에선 화엽비가 크게 낮아졌다는 행정의 발표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중앙기관은 5.6% 늘 수도 있다고 공표했다는 점이다 농가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헷갈릴 판이다.

오차가 있더라도 제주도가 예상생산량을 발표해야 했다. 그렇지 않는 것은 감귤 농사의 주권(主權)을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니다. 아울러 혼란 등을 핑계로 예상생산량 발표를 않는 것은 명백한 책임회피이자 직무유기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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