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4일이 ‘기림일’
김군자 할머니 별세 37분만 남아
진정한 해결 시급한 상황

정권 바뀌어도 ‘적폐’ 아직도
위안부합의·화해와 치유재단 등
역사 바로 세우는 일 많은 동참 희망

 

지난 8월14일은 다섯 번째를 맞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었다. 1991년 8월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정부가 전쟁범죄와 위안부문제에 대한 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는데 맞서 최초로 공개 증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전 세계에 고발했다. 그 날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를 통해 8월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하게 됐다.

얼마 전(7월23일) 김군자 할머니께서 91세로 별세하셨다. 이제 생존해 계신 할머니는 37분이다. 이 분들의 평균연령이 90을 넘고 있어 언제 운명을 달리 하실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지난겨울 세계사에 길이 빛날 ‘촛불혁명’을 경험했다. 광장에서 연대를 통해 부정한 권력을 국민의 힘으로 직접 끌어내리는 시민혁명을 이뤄낸 것이다. 촛불혁명을 승리로 이끈 우리들 앞에는 해방이후 70년 묵은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을 이루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할 과제가 놓여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현 시대를 대 전환기, 대 격변기라는 말로 표현 한다. 다시 말해 낡은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로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힘으로 일구어낸 정권 교체로 우리는 많은 변화들을 보고 느끼고 있다. 세계일본군위안부 기림일도 정부차원의 기림일로 지정됐다. 그리고 제주시 방일리공원 ‘평화의 소녀상’에도 없던 감시카메라도 생겨났다.

하지만 한·미·일 동맹강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이 시급했던 미국의 지지 속에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맺어진 ‘12·28 한·일위안부 합의’는 폐기되지 않고 있다. 이 합의는 공식사죄 법적배상 재발방지 약속은 하나도 없고 피해자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상의 이전과 철거, 번복할 수 없는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내용은 적폐 중에 적폐라 생각 한다.

그리고 일본의 위로금 10억엔을 받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주도의 ‘화해와 치유재단’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화해와 치유재단’은 거짓과 감언이설, 그리고 협박성 발언으로 할머니들에게 돈을 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전쟁 없는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사드배치도 철회돼야 한다. 강정의 해군기지, 성산의 공군기지 도입 등 제주를 군사기지화하려는 계획도 철회돼야 한다. 강정해군기지와 사드배치가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조속히 북·미간 남·북간 고위급 대화를 통해 평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민족의 운명을 외세에 맡기지 말고 자주적인 평화외교를 즉각 펼쳐야 한다고 본다. 구한말 자주적이지 못한 지배 권력에 의해 500년 역사의 조선은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 결과는 강제징용과 일본군성노예 등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우리민족에게 남겼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과거의 역사를 교훈삼아 문재인 정부는 자주적 입장에 서서 어떤 결정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 신중히 결정해야 될 것이다. 남의 나라의 힘에 자기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주와 평화의 입장에서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쟁 없는 평화를 모든 분들과 연대하고 힘을 모아 해결해야 될 것이다. 이것이 곧 할머니들이 웃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한라대학교 앞 방일리 공원에 제주의 대학생들이 세운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는 문화제가 여기서 열리기도 한다.

주말과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보시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의미 있는 일에 제주지역 많은 뜻있는 분들이 함께 했으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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