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격의 없는 소통’ 기반
文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박차”

100일 평가 ‘소통’-‘쇼통’ 엇갈려
野 “문제 人事 자화자찬” 맹공
이제 야당과의 협치에 주력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대통령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冒頭)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지난 100일 동안 국가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과제를 실천해 왔습니다.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통합하여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새 정부 5년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마련하는 일도 차질 없이 준비해왔다”며 “모든 특권과 반칙,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중단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 같은 자신감의 저변엔 70%를 훨씬 웃도는 국민의 높은 지지도가 자리잡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강점은 권위와 단절의 벽을 뛰어넘은 ‘국민과의 소통’에 있었다. 이는 ‘구중궁궐(九重宮闕)에 갇힌 여왕(女王)’으로 각인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은 아주 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에 기초한 자신감이 표현됐고, 국민 소통에 대한 의지도 드러났다”며 “대통령이 저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쇼(show)통의 전형”이라며 날을 세웠다. 포퓰리즘처럼 쏟아놓은 복지정책은 소요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데다, 국가안보 등의 첨예한 제반 문제에 대해서도 확고한 입장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선 자화자찬(自畵自讚)이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표현을 써가며 혹평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역대 정권을 통틀어서 ‘가장 균형적인 인사, 또 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인 인사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국민들이 내려주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강한 반발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문재인 정부의 ‘인사(人事) 문제’ 만큼은 필자 또한 야권의 시각에 동의한다. 이는 개인적 소회나 판단이 아니라 호남지역 일각에서도 인정하는 기류다. 다음은 인터넷상에서 회자되는 광주 모 일간지 서울취재본부장의 칼럼 ‘누군가 호남을 지켜보고 있다’ 내용 중 일부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되는 상황은 호남 출신 파워 엘리트들의 대거 등장이다. 정부와 청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는 호남정부’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면서 일일이 등용된 인사들을 거명했다.

우선 전남도지사 출신의 이낙연(영광) 국무총리가 있다. 부총리 2명 중 1명인 김상곤(광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호남이다. 또 박상기(무안) 법무부 장관, 김영록(완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현미(정읍) 국토교통부 장관, 장관급인 문무일(광주) 검찰총장, 김용우(장성)육군참모총장 등등…. 행정부 및 관련기관에 등용된 차관급 이상 인사만 무려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종석(장흥) 비서실장과 장하성(광주) 정책실장, 윤영찬(전주) 국민소통 수석을 비롯 장관급인 이용섭(함평)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15명 가까이가 청와대 등의 권력 핵심부에 포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누군가 호남의 뒤통수를 째려보고 있다고 해서 그대들 기죽지 마시라. 당당히 공직을 수행하시고 멋지게 임기를 마치시라.” 그동안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홀대받던 호남 출신들의 약진에 감격해 쓴 것일지는 모르나, 이렇게 까지 노골적으로 속마음을 내보일 필요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호남 편중과 함께 ‘코드인사’가 이뤄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죽하면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이 쓴소리를 마다않고 나섰겠는가. 그는 문 대통령이 “역대 정권을 통틀어 균형·탕평·통합적인 인사라고 국민들이 평가한다”고 말한데 대해 “어떤 국민이 그렇게 인정하나”라고 일갈했다. “벌써부터 상당히 오만한 ‘끼’가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유인태 전 의원의 지적처럼 오만과 자만은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게 민심이다. 지금의 열화와 같은 인기는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지양하고, 이제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에 주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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