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시했던 한의학 재평가 바람
전통한방 수익모델 가능성도 확인

이제 나이 60은 청년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60년을 살면 환갑잔치를 하며 장수를 축하했는데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되다보니 요즘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서 인간 나이 100세는 축복과 재앙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아도 100세 시대가 반갑기는커녕 ‘재앙’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느 사이엔가 독거노인·고독사·치매 이런 말들이 우리 곁에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된 것이다.

고령화 사회란 총인구 중에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1980년대부터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이웃 일본의 사례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질환의 문제, 노인 의료비 부담 증가 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국가적으로는 여러 가지 공공의료 정책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으며 개개인은 여러 가지 건강식품이나 다양한 민간요법으로 치료뿐 아니라 질병의 예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급격한 서구화를 추구했던 일본은 구의학인 한의학을 서양의학보다 열등한, 없어져야 할 것으로 규정했고 현재 일본에서의 한의학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상에서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일본에서의 한의학은 생활 속의 한방이 아닌 서양의학의 일개 진료과목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약은 약사가, 침은 침구사가 놓고 있으나 오랜 전통이 계승되어 과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한의학과는 그 전문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8월25~27일 일본의 한방 관련 단체의 초청으로 제주한의약연구원과 제주 도내 5개 한의원(김성진한의원·아침한의원·제원한의원·제주사랑한의원·하늘마음한의원)이 오사카에서 열린 한방 웰니스(wellness) 관련 세미나에 참가, 발표와 상담·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일교류협회와 한방 관련 기관인 한방스타일협회·우리집한방협회 회원들과 한의학적 관점의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분을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한의학의 미래와 더불어 앞으로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많은 비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에 대한 불안감과 현대의학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에 대한 염려는, 천혜의 경관과 청정 환경 속에서 관광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롱텀스테이(Long-term stay) 웰니스(Wellness) 관광의 적격지로 제주가 유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 내용 중 제주한의약 연구원에서 진행한 제주의 감귤 껍질을 활용한 ‘진피환(陳皮丸)’ 나눔 행사는 의미가 컸다. 현지인들에게 제주의 특산품을 활용한 한약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한의학과 제주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아직은 민간차원의 움직임이지만 일본인들은 전통의 맥이 사라진 일본 한의학의 뿌리를 우리의 전통 한의학에서 찾고 있다. 그러한 관심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까운 제주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한의원 진료가 일상의 모습이지만 전통의 한의학의 맥이 끊어진 일본의 사례를 보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전통한방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지속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중국인 위주의 관광프로그램이 아닌 또 다른 외국인 관광프로그램으로서 상업화의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며 제주의 강점을 활용한 상품 개발을 위하여 노력하고 발로 뛰는 송상열 원장을 비롯한 제주한의약연구원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며 좋을 결실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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