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 불법배출 되풀이
용암동굴·지하수 등 환경 훼손
바다는 쓰레기에 백화현상까지

사업자, 돈벌이에만 급급해
미래세대 발전토대 손상 말고
지속 가능한 성장 추구해야

 

우리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화두가 회자된 지 오래됐다. 이 말은 1987년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 처음 사용됐다. 당시 환경개발위원회 보고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경제 개발을 통해 성장을 이루는 것과 동시에 환경 보전도 함께 이루어 미래 세대까지 계속 성장할 수 있게 하자는 호소다. 현재의 경제 성장에 집착해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미래 세대의 성장 잠재력까지 훼손하는 개발 행태에 대한 반성이 근저에 깔렸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생태계 유지와 환경 보전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최근 제주에서 새로운 관광패턴으로 뜨고 있는 생태관광도 같은 맥락이다. 환경 파괴적이던 종전의 관광 형태에서 벗어나 자연 보전과 마을 등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관광이 각광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화두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파급효과는 크다.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지자체와 사업자가 개발계획을 세울 때 생태계와 환경 요인을 고려하는 것은 이제 필수가 됐다. 양적 성장에 치중한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이 제주사회와 도민들의 확고한 신념체계로 자리 잡지는 못한 모습이다.

일자리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천혜의 자연자원인 중산간 등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환경 파괴를 서슴지 않는 사업주의 몰염치한 행태도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으로 제주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최근 지하수 통로인 용암동굴 숨골로 가축분뇨를 무단배출한 사건이 발생해 도민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림읍 지역 양돈업자 2명이 각각 2013년과 2015년부터 올해까지 수천t의 가축분뇨를 불법 배출해 동굴은 물론 지하수까지 오염시켰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행위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내 양돈장 대부분이 중산간 지역에 위치해 있어 오래 전부터 가축분뇨 폐수를 숨골에 버려왔다고 다수의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번 무단배출 업주는 구속됐고 양돈장은 2곳은 허가 취소됐다. 제주도는 사안의 엄중함을 깨닫고 이례적으로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했다. 또 축산분뇨 불법배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처리시설을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분뇨를 배출한 양돈장은 1회 적발만으로도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연한 조치다. 축산악취로 인한 주민생활 불편과 제주관광 이미지 저해를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축산폐수 무단배출에 대해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행정이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공언한대로 가축분뇨 무단배출 사업장은 무조건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양돈업자들의 의식 변화가 요구된다. 처리비 몇 푼이 아까워 축산분뇨 폐수를 몰래 버리는 비양심적인 업자는 이제 없어야 한다. 돈벌이에만 급급하지 말고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인식하면서 사업장을 운영해 한다. 공권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율적 신념에 의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경영 자세를 갖춰야 한다.

환경을 침해하는 사업장이 비단 축산만은 아닐 것으로 본다. 양식장 주변 바다 백화현상에 양식인들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도내 연안에 널려 있는 폐어구는 조업 어선들이 버린 것이다. 양식장과 어업인들도 바다환경 저해 요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원상복구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들 삶의 터전을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청정 자연자원은 제주의 소중한 자산이다. 미래 세대의 경제성장 토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적절하게 사용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제주도민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각오를 다시 새롭게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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