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영업 생존율 ‘30%’
경기 호황에도 음식점 등
생존 자체가 어려운 현실

올 들어 관광·건설산업 위축
자영업자 경영난 가중 예상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시급

 

 

요즘 도내 도심 외곽지에 있는 다수의 음식점은 공사장 인부들에 의존해 먹고산다. 점심시간 때 보면 손님 대부분이 인근 공사현장 인부들로 채워지는 식당이 적지 않다. 도내 건설경기 호황의 한 단면이다. 음식업은 ‘건축 붐’ 덕을 톡톡히 보는 업종 중 하나다. 건축 공사장 증가에 따라 음식점도 확대됐다.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건설경기가 가라앉으면 반대 방향으로의 연쇄 작용이 점쳐진다. 우후죽순 늘어난 음식점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다른 자영업도 타격을 입을 게 불문가지다.

제주지역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창업 후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고 있다. 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2007~2016년) 간 제주지역 신규창업은 13만7801건, 폐업은 9만5941건으로 집계됐다. 도내 자영업 생존율이 30.4%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땅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제주 상황은 그나마 낫다. 생존율이 전국 최고다. 같은 기간 전국 자영업 평균 생존율은 23.7%에 그쳤다. 제주지역 자영업 생존율이 높은 것에는 주택 부문을 필두로 한 최근 건설경기 호황이 적잖이 기여했다. 건설은 관광과 더불어 제주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주요 축이다.

제주경제를 떠받치던 건설 경기에 경고음이 켜졌다. 민간부문 위축에 공공부문 공사 발주까지 부진하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도내 종합건설사가 신규 공사 수주액은 5171억9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감소했다. 특히 매월 증가세를 유지하던 공공공사 계약이 7월중 처음으로 감소(94%)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월 종합건설사 관공사 계약금액은 31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 줄었다. 관공사 조기발주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부문에서도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해외투자 금지대상에 카지노를 명문화하고, 부동산·호텔 분야는 투자를 제한하는 해외투자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했다. 제주에 투자를 시작했거나, 대규모 개발사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중국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건설업계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도내 부동산시장은 미분양주택 증가에 대출규제와 금리상승까지 겹쳐 위축되고 있다. 민간 건설 부문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건설경기를 지탱하던 공공부문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해외 투자까지 막힐 경우 관련경기는 더욱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에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1076만95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감소했다. 내국인 관광객은 10.4% 증가했으나, 중국인 관광객이 72.4% 급감한 탓이다. 이로 인해 2분기 제주지역 소매점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매점 판매가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편제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관광객 감소는 고용에도 영향이 미쳤다. 지난 8월 제주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9만3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3% 감소했다.

건설과 관광의 제주 경제성장 기여도와 고용창출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들 산업의 동시 침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경제가 어렵다”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회자되지만 여러 대형 악재가 지금처럼 중첩돼 불안감을 준 때는 드물다 .그러나 당국의 이에 대한 인식은 안이하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이 구호를 내걸어 당시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제주 경제성장 동력이 점차 식어가는 상황이라 이 구호가 던지는 메시지는 보다 절박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언제나 중요한 이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사드로 인한 관광산업 위기극복 등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각 정파는 지역경제 회생 방안을 서둘러 내놓고 경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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