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출범하며 내세운 슬로건은 ‘농심(農心)을 가슴에 안고 농민(農民) 곁으로!’였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로 나타나 과연 누구를 위한 농협은행이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이 밝힌 ‘농협은행 저리대출자 현황’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저리대출 상위 200명(신용 및 담보 각 100명) 가운데 실제 농민은 단 1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 기준 농협은행의 신용 저리대출 상위 100명에 대한 금리는 1.56%~2.16%로 평균금리는 2.095%였다. 전체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4.02%인 것을 감안하면 시중 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담보대출 또한 저리대출 상위 100명의 평균금리는 1.59%로, 전체 담보대출 평균금리 3.04%보다 절반 가까이 낮았다.

문제는 이 같은 저리대출 혜택이 농업과는 무관한 사람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 및 담보 저리대출자 상위 각 100명의 직업을 살펴보면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저리대출자 면면을 보면 공무원과 개인사업자, 의사와 사립교직원 등 모든 직종이 두루 포함되어 있지만 유독 농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시중금리의 절반 수준으로 대출을 받는 것은 엄청난 특혜다. 돈이 필요한 농업인들이 이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농민들 모두가 신용불량자도 아닐 터이고, 담보능력도 나름 있을 것인데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분석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농민들의 수입은 크게 줄어든 반면 재료비와 노무비, 유통비 등 농업경영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농업소득의 경우 제주지역은 44.8%가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하락했다. 반면에 농업경영비는 지난 10년간 무려 83.9%나 증가하는 등 전국에서 상승 폭이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 위성곤 의원은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존재임을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인 활동에선 농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농민 중심으로 대출제도를 개선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등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농심을 가슴에 안고 농민 곁으로 가겠다’는 다짐이 헛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농협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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