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서기 위해선 반드시 문 열어야
아이 비밀번호 누르기 앞서 부모가

중학교 2학년, 말 많은 사춘기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들을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사춘기 아들을 이해하는 것은 필자도 물론이거니와 아내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내는 특히 사춘기를 통해 어느새 변해버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워 하며 과거 순종적인 자녀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부모는 부모대로 힘든 시간을 경험하고 있고 아들 또한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춘기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와중에 뜻하지 않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작은 깨달음을 통해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그날은 아들이 집에 들어오기 위해 큰 현관문 입구의 자동문 앞에 서 있었고 필자는 집안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내려가는 중이었다.

집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동문의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한다. 아들이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찰나에 필자가 자동문에 다가가니 센스가 감지되어 문이 열렸다. 아들은 번호를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문이 열리니 그날따라 얼마나 환하게 아빠를 맞이해 주던지 기분이 좋았던 순간이었다.

문득 아들의 미소를 보면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자동문을 사이로 밖에 있는 자녀와 안에 있는 부모가 아닐까, 그리고 자동문의 비밀번호는 서로 다가서기 위한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문 밖에 있는 자녀는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한다. 비밀번호를 모르면 들어올 수 없다. 비밀번호를 모르면 인터폰을 통해서 부모를 호출해서 부모가 열림 버튼을 누르거나 집안에 있는 부모가 내려와야만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문 밖에 있는 자녀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다. 부모가 정해놓은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그 아이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그 비밀번호를 풀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에게 들어오기 위한 노력을 늘 한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의 모습에서 실망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잔소리와 정답을 먼저 가르치려고만 한다. 자녀들이 정답을 찾아가도록 기다려주지 못하고 늘 조바심을 내고 다그치는 일이 많다.

문 안에 있는 부모는 자녀들이 겪고 있는 힘든 사춘기와 성장의 시기를 경험했고 인생을 더 살았기 때문에 이해의 폭도 넓고 자녀가 지금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힘든 시기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가 가진 고민과 미래에 대한 계획, 이성문제, 성적문제 등 요즈음 아이들이 가진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부모가 먼저 경험하여 알고 있는 방법대로만 아이를 대하며 이해하려고 한다.

문 안에 있는 부모가 문을 여는 것이 더 쉬운데 부모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자. 비밀번호를 몰라 헤매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 부모는 마냥 아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 사람은 어른이다. 쉽게 문을 열수 있는 사람은 문 안에 있는 우리 어른임을 기억하자. 자녀를 더 잘 알기 위해서 우리 부모세대는 한 발짝 더 아이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문 안에 있는 부모는 문에 가까이 가기만 하면 센스가 감지해 문이 열려지는 것처럼 문 밖에 서성이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서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아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아들이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 문 안에서 반갑게 아이를 맞이하러 나갈 생각이다. 아들에게 네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는 다소 서툰 말로 아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아들의 쳐진 어깨도 한번 감싸주려고 한다.일상에서 찾은 작은 깨달음이 분명 아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오늘 하루는 더 행복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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