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의 그늘 ‘악플’ 피해자 급증
익명성 뒤에 숨어 ‘못된 언행’
처벌 넘어선 본질적 대책 필요

선플 이용 용기와 칭찬문화 조성
칭찬하다보면 본인도 긍정적
관계는 자기 한 만큼 돌아오는 것

 

영어속담에 ‘도둑이라고 부르면 그 사람은 도둑질을 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인터넷상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심각한 경우에는 특정인을 죽음으로 까지 내몰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을 이 속담이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최근 전 리듬체조 선수 A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단 30대가 벌금형을 받았다는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화제가 됐다.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오랫동안 여러 의도적인 악성 댓글공격을 받았던 배우 김모씨 역시 실제로 자살까지 생각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했다.

대중스타를 넘어 일반인에게도 이런 사이버 공격은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240번 버스 사고도 사건 경위를 모른 채 단순 목격담을 한 네티즌이 SNS에 섣불리 올리는 바람에 마녀사냥 대상이 된 버스기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학교 폭력 중에서도 특정 대상에게 사이버 공간에서 지속적인 모욕·공격·왕따를 칭하는 일명 ‘사이버불링’이 문제 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교육청의 발표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27.5% 증가, 그 중 사이버 폭력은 61%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인터넷상의 윤리 의식과 사이버 법 강화는 계속되고 있다. 악플로 고통 받은 피해자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6년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된 명예훼손 사건만 1만5000건을 넘어섰다.

현행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오프라인보다 더 강력하다, 하지만 그 피해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처벌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 악플러들의 처벌을 높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본질적이고 예방적인 방법으로 네티즌의 시민의식을 향상시켜 칭찬이 오고가는 긍정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야 하겠다. 가장 타당성 있고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방법으론 ‘선플’ 운동을 들 수 있다.

몇 년전부터 인터넷 문화형성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운동이 있다. 바로 선플 운동이다. 선플운동은 인터넷 악성댓글(악플)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댓글, 즉 선플을 달아주자는 운동으로 2007년 악플로 인해 한 연예인이 자살한 사건이후 한 교수의 선한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선플 운동은 악플에 반대하는 선플 뿐 아니라 먼저 다가가 긍정의 선플을 하여 용기와 칭찬문화를 조성, 네티즌의 시민의식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학생으로 구성된 SNS 선플 기자단을 선출해 스스로 자정 역활을 하고 교내 봉사활동으로도 인정되기 때문에 청소년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시키고 있다. 현재 선플 운동에는 국내 7000여 학교와 단체가 참여했고 총 66만명의 회원들이 작성한 선플운동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플이 700만개를 넘어섰다.

제주도도 이 선플운동에 앞장섰다. 지난 22일 제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선플운동 실천 선언식 및 선플 공모전 시상식’에 도지사와 국회의원 등 총 500명의 선플 학생·교사 등이 참석하여 긍정적인 인터넷 문화에 앞장 설 것을 약속했다.

일명 소리 없는 총알이라 불리는 악플은 소리 없이 피해자를 죽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의 활용과 더불어 악플러들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악플러 만큼이나 선플러도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나의 선플 하나가 한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상대방을 칭찬하다보면 나 역시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관계의 힘’이란 책에 이런 문구가 있다. ‘관계는 자신이 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라네. 먼저 관심을 갖고 다가가고 공감하고 칭찬하고 웃으면 그 따뜻한 것들이 나에게 돌아오지.’

오늘부터 이제 선플 하나씩 작성해보자. 멀리 볼 것도 없다. 가까이 있는 지인에게 SNS에 칭찬의 댓글부터 시작, 의식적으로 선플 운동을 나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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