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산 작목인 가을 재배 감자 가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포전거래가격이 3.3㎡당 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매우 좋은 가격이다. 이렇게 가격이 좋은 이유는 최근 감자가격이 해마다 안정을 보이는 이유도 있지만 제주의 가을 감자가 생산되기 전에 출하되는 강원도 고랭지재배 감자가 여름철 호우로 작황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지역에 비 날씨가 많아지고 있다. 가을철에 비가 내리면 상대적으로 온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감자 역병이 발생될 좋은 조건이 된다. 감자역병은 고추, 상추, 딸기 등 채소에서 고온다습 조건에서 발생하는 역병과 달리 가지과에서 발생하고 저온다습 조건에서 발생된다. 온도는 20℃ 전후에서 습도가 높을 때 발생된다. 최근 농가 감자재배 포장에서 역병 의심 증상이 있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역병으로 판명되었다. 감자재배 농가에서는 앞으로 비 날씨가 예보되면 역병 적용 작물보호제로 병 예방을 해야 할 것이다.

감자 역병은 역사적으로 1845년부터 1852년까지 아일랜드 대기근을 일으킨 병이다. 당시 유럽 대부분 나라는 감자를 주식으로 삼았는데 역병 발생으로 식량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아일랜드는 영국의 400년간 식민지 생활에서 갓 벗어난 가난한 나라였다. 따라서 유럽의 주요 식량인 밀 재배보다 단위면적 당 수량이 많은 감자재배에 의존하였기에 큰 피해를 입었다. 계속된 역병 발생으로 감자는 흉작이었고 인구의 백만 명은 굶어죽고 백만 명은 굶주림을 피해 해외로 이주하여 인구 절반이 줄어들게 된다. 당시는 원인을 몰라 흑사병이라고도 했고 신의 뜻을 거스른 하늘이 심판이라고도 했다. 19세기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기록된 대기근을 일으킨 감자역병은 많은 학자에 의해 병원균도 밝혀내고 방제법도 밝혔지만 아직도 감자 재배하는 지역에서는 가장 무서운 병이다.

제주에서 10월 중순 이후에는 감자의 괴경 비대기가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지만 온도가 낮아지고 비 날씨가 많아지면 역병 발생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역병은 조건만 맞으면 잎, 줄기, 괴경 가리지 않고 침입하고 발생하면 방제가 어려운 병이다. 철저한 사전 예방으로 피해 없이 감자를 재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장 홍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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