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는 무한 건설 중
밀려드는 사람 위한 관광·주거 시설
건설 현장 화물 트럭 ‘위험’

위험한 화물 적재에 멋대로 운전
그래도 경찰은 음주단속만
안전을 향한 자세 안이하고 미숙

 

제주는 건설 중이다. 그것도 무한(無限) 건설 중이다. 도심도 해안가도 중산간도 온통 건설 중이다. 제주도 어디서나 볼 수 있던 한라산도 이제는 더러 높은 건물들에 가려 보이지 않은 곳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 때문이다. 관광객과 이주민 등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차량들과 관광·주거 시설들이 계속 늘고 있다. 지구상에 사람 발길이 많이 닿아서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만은. 급속도로 불어나는 제주 인구를 지나치게 의식한 건설은 제주만의 고유의 천혜 자연 환경 앞에 너무도 당당하게 ‘건설 공화국’의 힘을 과시(?)하고 있어 더러 화가 날 판이다.

오랜 지난 강력한 정권 체재와 급속한 산업화 아래에서 한국에서 건설은 우선산업으로 많은 것들이 허용돼왔고, 그 영향력 또한 지나치게 비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도로와 다리는 물론 쓸 만한 건물도 제대로 없어 건설 현장만이 답이었던 시절이었으니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 오랜 관행은 건설허가만 있으면 주변 도로를 점유하든 소음 민폐와 함께 주변 조망권을 해치든 법은 이미 새 건물·새 주인의 편이 되어 있다. 종종 법도 상식도 넘어선 새 건물 짓기를 위한 몰상식과 무개념의 현실이 불편하여 짜증스럽다.

그 건설의 중심에는 화물트럭이 있다. 건설을 위한 기본적인 자재나 건축기계를 비롯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장비들까지 이동시키고 시설을 갖추는 데에 이 ‘위대한’ 화물트럭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제주의 화물트럭은 해도 너무한다. 어느 날 아침에 목격한 12t 트럭은 제 길이를 훨씬 넘긴 엄청나게 길고 둥근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흔들거리면서 - 참으로 불안한 상태로 싣고 - 도심을 향해 유유히 달리고 있었다. 트럭 앞에 걸쳐진 이동식 사다리까지 더한다면 족히 일반 자동차 4대가 넘는 길이였다. 외진 도로도 아니고 차량이 빈번하여 복잡한 도로 위에서 말이다. 운전자에겐 화물적재 법규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무게로나 길이·부피로나 적재 상태가 보기에도 아찔하여 그 뒤에 따르던 차량들도 근접하기 꺼려지는 형국에, 더 기막힌 것은 그 뜬금없는 시간에 정말 어이없는 장소에서 음주 단속만 하던 2명의 경찰관이었다. 아침 10시 무렵의 음주단속은 운전자의 전날 밤 음주량을 측정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제주 경찰 음주단속의 외부적 절차인가? 아무리 그래도 진정 제주시민의 교통안전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

몇년 전만해도 레미콘이나 건설 현장 대형트럭들은 제주 도심을 그리 흔하게 넘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디를 가든 건설 화물차량 없는 도로가 없다. 그들의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는 무법천하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위화감을 주는 ‘흉기’ 같은 화물 적재 상태로 차선변경 방향등 예고도 없이 1·2·3 차선을 곡예 하듯 종횡무진 넘나드는 그들에겐, 안타깝게도 배려가 없다. 종종 주변 차량을 향해 “빵 빵” 거리며 은근 협박한다.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도로 위는 이미 충분히 위협적인데도 말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도로교통 법규상 대형 화물 트럭은 도시 중심가 도로는 이용할 수 없다. 외곽이나 순환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화물트럭이 도심의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면, 허용 시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화물 차선유지나 화물적재 법규 또한 철저하다.

어디로 이동하든 화물차의 적재물 높이와 무게, 부피까지 정확히 지켜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화물이 차량의 크기를 넘어섰을 때에는 안전하게 포장 덮개를 씌어서 이동 중 화물이 쏟아지거나 넘치거나 날아가는 불상사를 철저히 막는다. 화물을 넘어선 화물에는 깃발을 달아 다른 운전자의 ‘경계’를 유도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안전을 중시하는 이러한 정책적 사고는 화물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우리와 다른 이유다. 급속한 현대 산업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사고를 수없이 겪고도, 불행히도 우리의 안전을 향한 자세는 너무도 안이하고 미숙하다. 화려하고 근사한 건축물들이 곧 발전이고 선진이며 더 나은 삶이라고만 믿는 외눈박이 행정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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