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150만원 짜리 ‘곰팡이 방’
최저빈민선 주거약자 의외로 많아
행정 지원액 임대료에 크게 부족

부동산 세수 1조 10년새 10배 성장
복지예산은 19%로 3%P 증가
재정 확충 주거복지에 투자해야

 

“도배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습기로 물이 흥건한 바닥, 곰팡이벽, 공동화장실에 보일러 없는 1년세 150만원,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어 감사할 뿐. 그분의 이번 겨울은 더 추울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에 지인이 올린 봉사 소회다.

올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최저빈민선의 주거약자가 생각보다 많다. 페이스북에서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기초생활 보장대상인 주거급여 대상 가구는 도내 1만3000여 가구에 이르는데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들에게는 연 평균 13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개발의 광풍에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가격으로 인해 임대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임대 지원기금은 제주의 경우 몇 년 새 크게 오른 임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의 경우 불용처리 될 정도다.

배정된 예산이 중앙정부로 다시 돌아갔다는 의미다. 저소득층 주거약자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복지패러다임도 인권과 사회통합의 가치에서 중증장애인 ‘탈시설’을 통한 ‘마을 안에서’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주거가 차단되고 있는데 탈시설은 가능할까.

좀 더 확대해서 제주의 주거현실을 살펴보자.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제주의 주택 자가 비율은 2015년 말 현재 전국평균 56.8%에 못 미치는 54.2%다.

문제는 주택 자가 비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보급 필요 토지가 외지인을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투기세력까지 포함된 토지가격 상승분은 고스란히 주택 가격에 전이되어 도민 주거비용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땅값을 올린 사람들은 제주도민이 아닌 것이다. 2016년 제주사회조사에 따르면 제주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미만이 전체의 58.6%에 이르고 있다. 이 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3인 기준 월평균 수입 470만원의 70%이하 수준이다. 특히 제주도의 일자리가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전국 상위수준인 25%가 넘는 통계치를 본다면 도민 절반 이상이 주거취약계층이라 할 것이다.

그런 반면 역설적이게도 제주개발로 인한 부동산 세수는 2016년의 경우 1조가 넘는다. 2007년 약 1000억원 대의 세수였는데 10년 사이에 10배로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사회복지재정은 어느 정도 증가했을까. 2007년 전체예산 대비 16%에서 2016년이 19%이니 불과 3%포인트 증가했다. 복지재정 전국평균은 25%다. 증가율이나 재정비중에 대해 논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세수가 증가한 만큼 주거약자를 위한 복지 관련 부서의 주거복지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2017년 보건복지여성국의 업무계획에는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촘촘하고 특별한 계획은 찾기 힘들다. 이를테면 서울시의 탈시설 장애인거주를 위한 자립지원금 시책이나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지원 같은 정책 발굴 말이다.

제주도 보건복지부여성국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주무부서가 도시건설국이란 말이다. 주무부서도 아닌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유치한 ICT융합담당관을 도의회에서 칭찬하고 격려했는데 어떤 의미일까.

주거복지센터의 경우도 서울시는 기동성을 고려하여 10개소를 민간에 위탁하는 반면, 제주도는 도시건설국 담당부서가 주거복지센터를 겸하고 있다. 주거복지센터의 우선기능이 각종 정보제공과 연계지원인데 제주도가 주거복지 기능을 성실히 수행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민간영역이 협업을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의 주거복지 종합계획은 주택공급량을 늘리는 물량확보에 중심에 두고 있다. 또한 소득분위상 저소득층인 4분위 이하가 아닌 5~6분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주거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본다.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는 공공주택 총량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생애주기별·장애유무·지역별 주택유형과 지원에 대해 보다 세분화된 체계적인 맞춤형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복지재정을 확충하여 주거복지사업에 투자하자. 세수도 1조원을 넘지 않는가. 복지재정 19% 언저리에서 숨 넘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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