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부족이란 단세포적 논리
관광객 추이 장담 못해
이제는 양에서 질로 진화할 때

더 많은 관광객 아닌 좋은 관광객
공항 대안은 ‘정석공항’ 차출
문재인 대통령도 제주 난개발 우려

언제고 말하고자 했지만 좀 늦었다. 제주 ‘제2공항’ 얘기다. 무거운 현안인지라 관망해왔다. 개인적 입장은 단호한 반대다. 더 늦기 전 몇 마디 거들고 싶어 이글을 쓴다. 무엇보다 지난달 10일 농성에 들어간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주민들에 대한 지지와 미안함을 담았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의 경박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거다. 하나의 공항으로는 부족하고 불편하니 하나 더 만들자는 단세포적이거나 기계적인 논리니 그렇다.

도로든 항공이든 교통인프라는 도구적 개념이다. 제주도라는 섬에서 교통인프라는 필연적으로 관광산업과 맞닿아있다. 도구는 관광산업의 정책이든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정책이 기본 값이며 인프라는 이에 상응해야 하는 부차적 변수다. 그런 측면에서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제주의 관광산업 정책이다.

미안하지만 오늘날 제주의 관광산업 호황을 좋게 보지 않는다. 이즈음에서 ‘양(量)에서 질(質)로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비단 공항 포화 때문만은 아니다. 제주의 천혜의 생태환경과 제한된 자원이 빠른 속도로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현 공항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모든 게 매우 빨리 달라지는 시대인지라, 제2공항 개항 무렵인 2025년쯤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우려된다. 걱정이 기우에 그치려면 추이를 멈추거나 늦춰야 한다. 더 이상 양적 증대라는 허상에 기대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2공항 성산읍반대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의 말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의 걱정은 ‘제주의 값어치’를 잃는 것이다. ‘우리 마을’만의 문제가 아닌 제주 전체의 문제기에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반대논리는 한결 같으며, 그 방향은 제주도와 도민 전체를 향하고 있어 숭고하다.

지난해 말 제주를 찾았던 부탄의 수도 팀푸시의 남게이 쉐링 부시장도 ‘관광 모범국가’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더 많은 관광객 아닌 더 좋은 관광객’이란 메시지를 던지고 떠났다. 부탄을 부러워 할 일은 아니되, 공감하는 가치는 적극 수용해 제주의 관광산업 정책 전반을 혁신할 때라 본다.

거듭 말하지만, 제2공항 건설은 북적이는 제주공항 현실이 앞으로도 몇 십 년 지속될 거란 전제이기에 졸속이다. 이런 전제는 제주 관광정책이 앞으로도 줄곧 변치 않는다는 전제여서 틀렸다. 더 나아가 육지에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기호와 취향 또한 변치 않을 것이란 전제이기에 황당하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거대한 프로젝트다. 거대 프로젝트답게 거대 규모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파괴한다. 그 땅에 대를 이어 살아온 수많은 마을 주민을 쫓아낸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 끌어안고 살던 땅을 무찔러 관광객을 실어 나르자는 거다.

뒷북인 줄 알면서도 이런 글을 쓰는 건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서다. 문제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한 이야기 때문이다. 그는 제주 관련 공약에서 ‘난개발이면 제주의 미래는 없다’ ‘성장과 생태·환경 공존 원칙’ 등을 내세웠다. 제2공항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요하지만, 주민 협의(합의)와 상생방안 강구 등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칠게 보면 현재 이 두 가지 전제조건은 눈곱만치도 충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국토교통부는 몰아붙이고 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입장은 허언(虛言)인 셈이다.

그렇다고 혼잡스러운 제주공항을 방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대안으론 이미 제2공항 건설론 제기 시점에 나온 ‘정석공항 차출론’이 합리적이다. 추가적인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으며, 마을 주민의 집단 이주도 피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원 지사도 2015년 11월 “제2공항 완공 전 정석비행장 사용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했다. 기왕지사 정석비행장을 활용할 요량이면 제2공항 건설을 접고 정석공항을 쓰는 게 맞다. 사고파는 문제와 그에 따른 여러 조건들이 복잡하겠다. 하지만 그건 권력을 쥔 자들이 짊어져야 할 과제며,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은 정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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