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인간들도 ‘추풍낙엽’
앞선 정권 권력의 부역자들 ‘줄소환’
높은 자리서 탈법·위법 자행

자업자득 일벌백계는 당연
‘지록위마 떼창’의 확실한 종말
문재인 정부 ‘실세’들도 명심해야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곧 낙엽으로 질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기도 하다.

추풍낙엽(秋風落葉)이다. 이 가을엔 나뭇잎만이 아니다. 앞선 정권에서 권력에 부역하며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일삼던 무리들도 추풍낙엽 신세다.

박근혜 대통령 당시 최측근이었던 대통령비서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이 지난 31일 전격 체포,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들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구성했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년간 매월 1억원씩 수십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도 아슬아슬하다. 정무수석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매월 500만원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블랙리스트 사건’ 무죄로 구속 6개월 만에 석방됐지만 검찰이 뇌물죄 적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재구속의 위기에 처했다.

장호중 부산지검장은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나갔다.현직 검사장으론 최초 소환이란 ‘불명예’를 남긴 그는 국가정보원 파견 근무 시절,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가 한창이던 2013년 국정원 감찰실장 자격으로 검찰 압수수색 전날 압수수색할 ‘가짜 사무실’을 점검하는 등 수사 방해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국정원은 2013년 10월 파견검사를 팀장으로 한 ‘실무TF’를 만들고 대선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던 원세훈 전 원장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지시에 따라 검사들이 재판 의견서와 참고자료 작성은 물론 허위증언 리허설까지도 했다고 한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도 지난 31일 검찰에 재소환됐다. ‘공무원 사찰 및 우병우 비선보고 의혹’도 받고 있는 추 전 국장은 야권 정치인 비방 문건을 작성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의 방송 하차 또는 세무조사에 개입한 혐의다. 그는 국정원 최고위 간부에서 피의자로 추락했다.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 ‘법꾸라지’라는 비난을 받았던 박근혜 정부의 또다른 ‘실세’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신세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방조’ 혐의 외에 추명호 국장과의 ‘비선보고 연결 고리’가 확인, 출국금지 조치까지 이뤄진 상태다.

이들과 함께 이명박 정부 또는 박근혜 정부에서 부역했던 사람들도 이 가을에 떨고 있다. 이 모두가 지록위마를 ‘떼창’한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다. 이들의 행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밝혀진 비리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문화계에 큰 파문을 몰고 온 블랙리스트는 어쩌면 순진해 보인다.

현직 검사들이 나서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가짜 사무실을 만드는 ‘사기’ 행각을 마다하지 않았다. 죄를 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단죄에 협조하기는커녕 국정원내에 TF팀을 만들어 탈법과 불법을 조장하고 지원했다.

검사들이 앞장서서 원 전 원장에게 불리한 녹취록을 삭제하고, 예상 질문지에 모범답안까지 대령했다. 이처럼 검찰과 사법부를 방해해 놓고선 “잘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었다. 조폭 집단이나 다름없었다.

자연의 낙엽은 아름답다. 초봄 쌀쌀한 겨울 기운을 이겨내고 싹을 틔워 한 여름에 희망을 노래하곤 가을 찬바람에 자신을 울긋불긋 물들이며 한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낙엽은 희망도 담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했으니 자연의 섭리 따라 겨울을 지내고 새봄이 오면 다시 싹을 틔우겠다는 기약이 그것이다.

인간의 낙엽은 추할뿐이다. 한줌의 권력, 금방 지나가는 것을 영원할 것처럼 매달리고 있다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추하다.

그래도 교훈은 삼아야 한다. 순간을 위해 영원을 파는, 자신을 위해 국민을 배신하는 권력의 부나방들의 종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일벌백계는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에게도 ‘권력은 뜬구름, 한줌의 모래’임을 전한다. 그래서 선인들이 말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대통령 임기는 ‘고작’ 5년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1년차도 벌써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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