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간 ‘사드 보복’ 해빙 무드
중국 관광객 다시 돌아올 듯
도민 정서 환영 일색만은 아니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 변화무쌍
사드 같은 일 되풀이 가능성
관광시장 다변화 노력 지속해야

 

 

이웃나라끼리는 대체로 사이가 좋지 않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이해관계에 얽혀 싸울 일이 많아서 일게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깊은 관계다. 애증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 측에서 보면 미운 감정이 더한 것 같다. 나라 규모가 작은 사람들의 피해의식 일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인을 희화해 부르는 말이 있다. ‘비단장수 왕서방’이다. 왕서방으로 대표되는 중국인은 돈만 밝힌다는 뜻이 담겼다. 1930년대 만들어진 ‘왕서방 연서’라는 만가(挽歌)가 있다. 가수 김정구씨가 부른 이 노래에서 비단장수 왕서방은 기생 명월이에게 빠져 돈으로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결국은 다시 돈으로 돌아간다. “명월이하고 안 살어 돈이가 많이 벌어 띵호와”

중국인은 엉큼하다는 이미지도 있다. 흔히들 중국인들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한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등소평의 대외전략 중 하나는 도광양회(韜光養晦)다. ‘빛을 감추고 밖으로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여기서도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일면이 보인다.

최근에는 치졸하다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사드 보복’ 사태를 거치면서다. 중국은 대국의 체면이나 국제질서는 안중에 없이 우리를 힘으로 찍어 누르려 했다. 단체관광객 방한금지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갖은 방법으로 괴롭혔다. 물론 이런 일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간에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한 것이라고 의뭉을 떤다.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관계 개선 협의문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단체관광객 방한금지령도 곧 풀릴 전망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에서 한국 여행 상품을 다시 팔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사드 보복 여파로 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했던 중국 항공사들은 운항을 재개하고 있다.

도내 관광업계는 이런 흐름에 기대감을 나타내며 중국인 관광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인 의존도가 높았던 관광업체는 올해 2분기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업계의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의 제주방문 재개는 절실하다.

하지만 도민 정서는 환영 일색만은 아니다. “그동안 조용해서 좋았는데 앞으로 시끄럽게 생겼다”며 벌써부터 걱정하는 측도 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범죄 및 쓰레기, 교통, 난개발 문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제주관광의 중국에 대한 의존을 다시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제주관광은 시장 다변화로 활로를 모색했다. 동남아 등에 대한 관광 마케팅을 강화해 일부 성과도 거뒀다.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재개되면 시장 다변화는 없던 일이 될 우려가 있다. 편한 길을 두고 일부러 험한 길을 택할 사람은 없다. 제주관광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사드 보복이 제주관광에 준 교훈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이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이를 겨냥해 숙박 등 대규모 시설 투자가 이뤄졌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금지가 더 장기화됐으면 업체 줄도산으로 지역경제에 큰 생채기를 낼 뻔했다. 해외 관광객 유치를 한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국 관광객이 다시 온다고 해도 시장다변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는 사드 사태를 제주관광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상황 변화에 그 다짐이 흐지부지 되서는 안 된다. 저가상품 판매 등 제주관광 악습 근절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시시각각 변한다.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 돌변해 사드 보복과 같은 농간을 부릴 지 모른다. 중국은 자신들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면 체면이나 국제여론 따위는 괘념치 않는 나라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왕서방의 변심에 대비한 대책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제주 입장에서는 관광시장 다변화가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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