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선교역사 느낄 수 있는 코스
이기풍 목사가 펼쳤던 선교의 길

제주 기독교 순례길의 마지막 코스인 ‘은혜의 첫 길’ 개장식이 지난 14일 오전 제주성내교회에서 개최됐다.

▲ ‘은혜의 첫 길’ 개장식에 참석한 내외빈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제주CBS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한 제주기독교 순례길 다섯 번째, 마지막 코스인 ‘은혜의 첫 길’은 한국교회 최초로 배출된 7명의 목사 중 한명이며 최초의 선교사인 이기풍 목사(1865~1942)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08년 제주도 산지포에 도착한 이후에 펼쳤던 선교의 길이다. 또한 제주 선교의 밑거름 역할을 감당한 제주 교회 초대 장로인 김재원, 홍순흥 등 초기 제주도 기독교인들이 받은 은혜의 길이다.

 

제주시 원도심권의 중심지에 위치한 제주성내교회에서 출발하는 ‘은혜의 첫 길’은 제주YMCA~관덕정~이기풍 목사 산지포구~제주 최초 유치원 중앙유치원~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까지 약 8Km로 개장식 후 참석자들이 이 길을 걸으며 선교의 역사를 함께 느꼈다.

▲ ‘은혜의 첫 길’ 개장식에 참석한 내외빈들은 사물놀이패와 함께 8Km의 순례길 따라 걸었다.

‘은혜의 첫 길’을 걸으면 1908년 이기풍 목사가 몇 명의 교인들과 함께 했던 향교골 기도모임과 1909년 제주시 일도리 중인문(현 동문 로터리 부근)내에 두 채의 집을 마련하여 예배드린 이야기와 1920년 삼도리 구 출신청사에 마련했던 예배당 터를 만나게 된다.

 

이기풍 목사는 제주성내교회에 신식교육의 장인 ‘제주사립 영흥학교’를 설치했다. 이후 영흥의숙으로 확장되었고, 모슬포지역 광선의숙과 협재지역 영재 야학부, 제주 최초의 유치원(현 중앙유치원)으로 이어진다.

 

이 길은 무엇보다 제주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1919년 5월 독립군자금 모금을 주도했던 제주성내교회 조봉호 조사는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어 1920년에 옥사했다. 그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지만, 도민들에 의해 세워진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를 사라봉 자락에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의 한 부분을 감당했던 YMCA의 정신을 이어받아 1951년 설립된 제주YMCA 현재 모습도 볼 수 있으며, 1950년 한국전쟁 때 제주도로 피난 온 한국 교회 신앙인들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제주 순례길 ‘은혜의 첫 길’은 제주시 목관아지를 중심으로 초기 제주 기독교 선교 활동의 역사적 흔적과 동문시장·산지천의 현대적인 모습도 만나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교차하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최초의 파송 선교사인 이기풍 목사가 온몸을 던져 복음의 사역을 감당했던 하나님 은혜의 첫 길이다. 또 가문에서 쫓겨나면서까지 믿음으로 복음의 사역을 감당하고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던 초기 제주 기독교인들의 열정, 전쟁의 아픔을 이기고 제주땅에 정착한 피난민 신앙인들의 삶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한편 이날 개장식에 참석해 축하한 원희룡 도지사는 “기독교 마지막 순례길의 완성을 축하한다”며 “앞으로 외부에 순례길 홍보를 많이 할 텐데 그에 앞서 우리 도민들부터 먼저 순례길을 걷고 알리자”고 축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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