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화재진압 훈련 현장
제주소방서 동문시장 대형화재 가상해 실시
상인 자위소방대 동참…“실상황 대처 도움”

“비상상황! 동문시장 3블럭(동문공설시장) 대형화재 발생”

21일 오후 10시경 제주시 동문시장 화재 발생 신고가 소방본부로 들어왔다. ‘불이났다’는 연락은 상인회와 의용소방대, 119센터에도 동시에 전파됐다. 이 불은 소방대원들과 상인회의 협조 속에 초기 진화됐고,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제주소방서가 대형화재를 가정해 실시한 ‘전통시장 야간 화재진압 훈련’ 결과물이다. 최근 화재 발생 건수가 급증함에 따라 본지는 이날 1시간 30여분간 실시된 소방과 일반시민의 화재 대응 훈련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서 현장을 함께했다.

▲ 제주소방서는 21일 동문시장에서 화재 예방을 위한 전통시장 야간 화재진압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오수진 기자>

이날은 동문시장 3블럭 내 화재발생을 가정했다. 불과 2분여만에 관할 센터 소방차들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도착을 알렸다. 연이어 항만·삼도·이도·화북·오라119센터와 제주119구조대 등에서도 굴절차와 조연차(조명기능과 배연기능 동시에 사용), 펌프차 그리고 이들을 통제할 긴급구조통제단 차량까지 사고현장에서 가까운 관할부터 순차적으로 출동을 완료해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에 돌입했다. 출동완료까지 10분을 조금 넘겼다. 

다음 달 야시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동문시장은 다중이 모이는만큼 화재 예방에 더욱더 만전을 기해야 했다. 특히 노후 된 상가 밀집과 문어발식 전기사용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469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던 대구서문시장 화재와 70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여수수산시장 화재 역시 같은 이유였다.

▲ 제주소방서는 21일 동문시장에서 화재 예방을 위한 전통시장 야간 화재진압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오수진 기자>

빨간 모자를 쓴 구조대, 파란·검은 모자를 쓴 진압대원, 화재조사 요원까지. 각 입구를 통해 진입한 대원들은 혹시나 놓친 불씨와 지나친 인명구조자는 없는 지 1층부터 3층까지 곳곳을 두루 살폈다.

동문시장은 최근 ‘보이는 소화기’로 모두 교체했다. 누구나 쉽게 소화기를 찾아 화재 진압을 도울 수 있도록 바닥이 아니라 성인 눈높이에 맞춰 각 기둥에 소화기들을 쭉 세워둔 것이다. 분실 우려는 높지만 유사 시 신속대응을 위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었는데, 이날 훈련에서도 역시 빛을 봤다.

특히 이날은 시장 상인들로 구성 돼 있는 자위소방대도 함께했다. 자위소방대들은 소방대원들과 진압차들이 채 출동도 하기 전부터 화재 발생을 인지하고 시장 내 설치된 소방시설로 향했다. 이들은 소화기를 들고 작은 불씨를 끄기 시작했고, 호스릴비상소화장치를 능숙하게 꺼내 초기 화재 진압 준비를 도왔다. 그간 틈틈이 훈련에 동참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이다.

함께 한 이들은 또 있었다. 생업에 종사하다 큰 화재 발생 시 현장에 나와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의용소방대다. 이들은 시장의 각 입구에서 인명대피를 유도했고, 장시간 작업할 수 있도록 구조대의 작업을 돕느라 분주했다.

대형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물론 시민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 제주소방서는 21일 동문시장에서 화재 예방을 위한 전통시장 야간 화재진압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오수진 기자>

가상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상황을 점검한 한경섭 제주소방서장은 “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서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훈련에 동참해 만약의 상황에는 초기 진압에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동문시장상인회 임정식(71)씨는 “훈련할 때는 막상 장난처럼 보여도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이젠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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