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민규네 홍시 선물
넉넉지 못한 생활 홍시로 감사 표시
맛보기 전에 ‘김영란법’ 소리

선생님께 커피 한잔도 안되는 세상
사람의 마음 인위적으로 재단
현실 맞게 수정했으면 하는 바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무궁무진하다. 맑은 공기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잎은 우리의 삶은 여유롭게 한다. 황금빛으로 물든 감귤은 보기만 해도 풍요로워지는 기분이다.

씨를 뿌려 가꾸고 열매를 맺는 힘든 과정의 일을 생각하는 농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1년 동안 농사를 짓고 수확하는 그 기쁨은 더 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지 않아도 황금빛 감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가을이 되어 과일이 익으면 첫 수확을 했다고 한 아름 가져오는 다문화가족들이 있다. 지난주 토요일은 오랜만에 6살 된 민규가 누나를 따라 엄마와 함께 바이올린 교실에 왔다. 홍시를 한바구니 가득 들고서 “우리 집 나무에서 땄어요. 엄청 맛있어요”라며 방글방글 웃는다. “원장님, 숟가락으로 떠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그리곤 숟가락을 들고 먹는 방법을 선보인다.

감은 빨간색보다 주황색이 더 맛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민규 엄마는 뜰 안에 있는 홍시를 수확해서 형님 댁과 친척들에게 나눠드렸다고 했다.

민규네에겐 홍시가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성의’를 표시할 수 있는 소중한 ‘과일’이다. 다문화가족 대부분이 그렇듯 딱히 돈을 들여 선물을 살만큼 여유롭지가 못하다. 그래도 가을이면 저절로 익는, 자연의 선물인 홍시가 있어 친척 어른들과, 이웃, 그리고 ‘선생님’들과 나누며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다.

그래서 민규네 홍시는 돈을 주고 구입하는 여느 홍시보다도 맛이 있다. 아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정성과 고마움·사랑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홍시를 선생님들과 나누어 먹고 싶다는 민규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쌀쌀해진 날씨를 훈훈하게 녹여주는 듯했다. 고맙다는 표현도 하기 전에 어디선가 ‘김영란법’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아무런 부담 없이 준비한 선물을 받으면서 주춤해진다. 잠시 혼란스러웠다. 지난 스승의 날에 “꽃 한 송이도 선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던 때 심정이 되살아났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나눠주는, 즐거움과 받는 기쁨을 억제시키며 사람의 사이가 건조해지는 느낌이다.김영란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홍시 몇 개·꽃 한송이로 작은 성의를 표시하는 것도 주춤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관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아직은 김영란법 시행 초기 단계라서 다소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본래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길 바라본다.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을 떨칠 수가 없다.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되고 있으니 지켜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고마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법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선물 상한선 금액이란 숫자로 재단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몇시간 동안 분필 가루를 마시며 강의를 하는 선생님에게 몇 백원하는 커피 한잔을 건네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한민국이다.

컴퓨터게임으로 같이 하는 놀이가 줄어들고, 저출산 현상으로 형제들이 줄면서 혼자 자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커피를 전하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배우고 감사할 줄도 아는 마음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를 알아갈 것이다.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자신도 언젠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줄 때를 희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을 했으니 ‘김영란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고 있을 것이다. “악법도 법이어서 지켜야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악법’을 그대로 지킬 것이 아니라 최대한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수정’해서 지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네 서민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문화가족 민규네가 가져온 홍시를 마음 편히 먹고 싶고, 고맙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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