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 큰 고통은 경제적 어려움
작업을 포기하고 싶을 때
겸업 않으면 그림도 못 그릴 상황

정부 전시 작가에 보수 지급 방침
창작 보수 요구 근거 기대
조속히 정착, 예술 전념할 수 있기를

 

올해 3회로 막을 내린 ‘제주국제아트페어’ 행사 기간 1주일은 도내·외 여러 작가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소통을 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작업만 하고 싶다” “존재감이 없어질까 두렵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대중없이 예술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을까” 등등. 작가들과 도란도란 주고받은 주제들이다.

어느 작가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작품을 유심히 보시고는 ‘그림만 그려서 밥벌이는 되냐?’고 물으시기에 그냥 웃기만 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만큼 예술가들의 가장 큰 고충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작업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다수의 작가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왔을 때”라고 대답한다.

예술가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필연적인 것일까? 예술인의 수입은 ‘직업을 가진 사람 가운데’ 최하위다. 연평균 614만원 수준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그야말로 생존도 어려운 상황이다.

비교적 벌이가 좋은 장르와 합쳐 도출한 평균치가 이 정도다. 이들 중에서도 수입이 아예 없는 미술인이 27%가 넘는다고 한다. 거기다가 수입의 4분의3정도를 미술활동에 지출한다고 하니 생활비는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예술 활동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겸업 미술인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예술을 하려면 다른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게 지금 미술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술인들만의 일도 아니다. 문학·연극 쪽도 별반 다를 게 없다. 11개 직업군별 수명을 비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단명 하는 직업중 하나로 예술인이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생활습관과 치열한 경쟁을 꼽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봤다. 이는 결국 사회수준과 복지수준의 향상은 물론, 사회구조가 경쟁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함을 가리킨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예술 작품이 나올 수 있으며, 사람 없는 예술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되묻게 된다.

지금까지 미술관은 작품 제작을 따로 의뢰했을 경우에만 작가에게 제작비를 지급하고 별도의 전시 보수는 주지 않았다. 그동안 작가들은 전시회에 초대받아도 작품 제작에 관한 노동임금을 받지 못했다. 작품을 만드는 동안의 시간과 노동의 대가를 요구할 수도 없었다. 참여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진다. 정부는 ‘미술작가 보수제도’를 시범운영을 한 뒤 보완을 거쳐 내년부터 40여 전체 국공립 미술관으로 확대될 방침이라고 한다.

미술작가 보수제도에 따르면 한 달 전시에 참여할 경우 신진 작가는 월 236만원, 중진 및 원로 작가에게는 월 472만원이 지급된다. 다만 전시 참여율·전시경력·전시기간·작품종류·전시예산 가중치 등을 반영하므로 실제 보수에는 편차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 내내 미술전시에 참여한다면 월 236만원, 작가 10명이 참여하는 기획전이라면 1인당 23만6000원이다. 이는 관행적으로 무시돼 왔던 미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보수를 지급하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나, 결국 혜택을 받는 작가들만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공립 및 사립미술관, 그 정도 급에서 전시할 수 있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으며 신진작가 대비 보수가 높게 책정된 중견작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시기회 축소라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은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너무 적다. 중국만 해도 중산층에서 미술작품을 사는 문화가 자연스럽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아니다.

작품이 팔리지 않고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작가의 가능성을 인정해 후원하는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예술가는 세상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잊혀지거나 사라져 버린다.

고흐는 동생이 스폰서 역할을 해줘서 그나마 하루에 한 작품이라도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법적 근거를 가진 ‘미술작가 보수제도’가 조속히 정착, ‘빵’ 걱정 털어내고 예술에 전념할 수 있기를 미술인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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