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팽창위주 제주관광정책
관광객 한명이라도 더 ‘발버둥’
도심에 중국명 거리까지 지정

年 ‘1600만명 시대’ 바라보지만
도민 삶의 질 하락 反관광 정서
지속가능 관광 발전방안 찾아야

 

 

세상만사는 변하게 마련이다. 사람들 인식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어제의 진리가 오늘에는 ‘낡은 생각’으로 전락하는 것이 다반사다. 관광은 제주의 생명산업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선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더 유치해야 한다’는 사고가 얼마 전까지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 이 명제는 잘못된 통념이 되는 분위기다.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제주관광에 있어 관광객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해 중국명 거리까지 만들었던 제주다. 이 같은 인식 변화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2011년 제주시 연동에 ‘바오젠거리’가 생겼다. 중국 바오젠그룹의 1만1000여명 인센티브 여행단 제주 방문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지정했다. 바오젠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하지만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결국 이 거리 명칭은 지난달 폐지됐다. 돌이켜보면 중국 업체 이름을 딴 거리 지정은 ‘제주의 자존심’을 저버린 어의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당시 당국자들은 해외로 쏟아지는 중국 관광객 잡기가 지역발전에 사활이 걸린 일로 판단했다.

이런 노력으로 제주는 ‘연간 관광객 1600만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2010년 757만 명이던 관광객 수는 지난해 1585만 명으로 6년 새 2배 증가했다. 관광객 급증에 도민사회 일각은 환호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이에 걱정스런 시선을 보낸다. 관광객 증가로 주민들 삶의 질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최근 ‘제주 투어리스트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도민들이 부동산 가격, 물가, 자연환경 및 범죄율 등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제주에서도 관광객 유입으로 현지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심하거나 거주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제주의 주요 관광지 주민은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을 인지함에 따라 경제적인 불만족을 느꼈으며, 이는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역주민의 쾌적한 삶의 터전을 유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선 제주도가 수용 가능한 관광객 수를 책정해 이에 맞게 입도객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제주에 있어 관광객은 소금과 같은 존재다.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관광객은 제주경제에 활력을 주면서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너무 많으면 환경과 주민의 삶에 부담을 준다.

최근에는 제주 관광객 증가에 따른 ‘플러스 효과’보다는 ‘마이너스 효과’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제주의 1인당 범죄 발생건수는 2011년(0.043명) 전국 2위에서 2015년(0.054명) 1위로 상승했다. 1인당 쓰레기발생량도 2011년(0.48t) 전국 2위에서 2015년(0.68t) 1위로 뛰었다.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치솟는 물가에 도민들 생활불편과 고통은 커져만 가고 있다.

관광과 깨끗한 자연, 평온한 주민생활이 함께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제주가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의 적정선을 도출하고,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관광객 증가에 맞춰 무작정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며칠 전 출범 기자회견에서 “양적 팽창 위주의 무분별한 관광개발정책을 폐기시켜 제주도가 지속가능한 관광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제2공항 찬·반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들 주장의 취지에는 공감이 되는 측면이 있다.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의 실현은 우리 세대의 의무다. 이제 마음을 열고 관점을 바꿔 제주 관광산업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할 때다. 관광객 숫자에 연연하는 관광정책은 버려야 한다. 차제에 지역 산업에서 관광 비중을 낮추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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