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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전’ 제주도민의 시대정신 되어야
데스크 승인 2017년 12월 06일 (수) 김지형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소방서장 |  
   
 

김지형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소방서장

 

겨울 부주의 화재 충분히 예방 가능
위험 제거·안전시설 등 합리적 선택

얼마 전 도내에서 평소 사이가 좋았던 노부부가 화재사고로 함께 숨졌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쌀쌀한 날씨에 꺼내놓은 난방기기가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고 한다.

겨울에는 화기 취급이 많고, 건조한 날씨 탓에 화재가 크게 늘어난다.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13만 건 가운데 35%에 해당하는 4만5000여건이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집중됐다.

특히 계절 특성을 나타내듯 ‘전기적 요인’과 ‘부주의’로 인한 것이 전체 겨울철 화재의 72.1%(3만2343건)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제주국제공항 커피숍 화재를 비롯해 최근 도내 곳곳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기온 급하강에 따라 화기 및 전열기구 사용 과정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는 겨울철엔 화재위험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화기사용 시 부주의하고, 오래된 전열기구를 다시 꺼내 사용할 때도 이상 유무를 점검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문어발식 전기기구의 사용, 먼지 등으로 오염된 콘센트 방치 등 스스로 화재위험을 부르는 행동을 무심코 반복하고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시카고 대학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에 주목하여 왔다.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미래의 큰 이익보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쉽게 매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합리적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는 ‘넛지(nudge)’이론을 주장해 왔다. 보통 우리는 여러 크고 작은 사고 소식을 접할때마다 사회 안전망이 허술하다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가정과 직장에서 소화기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유사시 큰 도움을 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비를 아까워하고, 무분별하게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허용치를 초과하는 문어발식 전기 사용을 당연시 한다. 화재위험을 남의 일로 치부하는 이러한 비합리적 판단이 바로 72.1%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겨울철 화재를 부르고 있다.

얼마 전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왔던 한반도에서 발생한 포항 지진은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재난이 있다.

반면 화재와 같이 사전 위험요소 제거와 꾸준한 안전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내 소방관서가 지난 10월부터 불조심 강조의 달을 선포하고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대책 추진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다. 평소 가연물 방치 등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전기시설 안전점검,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콘센트 안전커버 설치 등 안전에 대한 합리적 선택을 해나간다면 많은 겨울철 화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서귀포소방서는 ‘넛지 이론’을 바탕으로 이번 겨울철 콘센트 안전커버를 무상 보급하고 전기화재 예방을 위한 자율 안전점검 문화를 조성해나가고 있다. 꾸준한 홍보 캠페인을 통한 불법 소각행위 근절, 긴급출동 차량에 양보하는 교통문화 확립, 주택용 소방시설 확산을 위한 시민 의식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소방시설 자체점검기술 재능기부, 소소심(소화기·소화전·심폐소생술) 교육 및 119안전체험행사 활성화 등 도민 스스로 유사시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고 기본 안전 역량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제주는 올 9월 아시아 최초로 WHO 국제안전도시 3차 공인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과에도 과제는 있다. 바로 사회적 안전망의 지속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숙한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안전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하고 기본 안전 역량을 갖춘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주도하는 새로운 안전도시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국제안전도시 3차 공인에 성공한 제주도민의 시대정신일 것이다.

[제주매일 김지형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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