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감사위원회가 도상하수도본부를 감사한 결과, ‘행정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우수관과 오수관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하수대란’의 원인으로 작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도감사위는 하수관로 정비공사 등 도내 임대형 민자사업(BTL)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지난 7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2만6633가구에 대해 우수와 오수를 따로 분류하는 배수설치 정비공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일부 구간의 경우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우수관과 오수관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관로를 통해 공공하수처리장으로 연결해버렸다. 이런 방식으로 연결한 곳은 전체 2만6633가구 중 1300가구에 달했다. 배수설비공사를 시행하지 않은 가구도 578가구에 이른다.

배수설비 정비공사의 경우 빗물과 같은 우수는 하천으로 방류하고, 생활하수 등 오수만 하수처리장으로 유입시키는 것은 기본이자 상식이다. 그런데도 상하수도본부는 일부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엉터리 공사를 시행했다. 오수 처리에도 한계를 보이는 터에 빗물 같은 우수도 하수처리장에 유입됐으니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관계당국은 이런 곳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이는 행정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상하수도본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배수설비공사를 시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과태료 처분 등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하수대란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정이 빚어낸 것으로, 당시 관여했던 공무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도감사위원회는 이번 감사를 통해 하수관거 정비사업 관련 운영비를 과다하게 책정한 사실도 밝혀냈다. 또 설문대여성문화센터와 도립미술관, 서귀포의료원이 BTL 사업과정에서 시스템을 부적정하게 운영한 사례 등 모두 20건의 지적사항을 추가로 적발했다. 이는 행정 전반에 각종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음을 뜻한다.

이 모든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도민들의 피 같은 돈이다. 공무원은 공공사회의 심부름꾼인 ‘공복’이라 불린다. 그런 사람들이 기본 책무를 망각하고 혈세를 펑펑 낭비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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