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선 백두산에만 있는 암석
분출 연대 3만7000년 전 이후 추정

제주도하면 흔히들 검은색 돌, 현무암을 떠올린다. 하지만 제주에도 유독 하얀 색을 띠는 돌들이 간혹 존재한다. 그 하나가 한라산 정상부 모세왓(모살밭이라고도 함) 일대의 돌들이다.

모세왓은 다음지도 등의 위성사진을 보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백록담으로부터 남남서쪽으로 길쭉하게 뻗어 있는 유독 하얗게 들어난 지대가 그곳이다.

최근 발견된 코멘다이트(comendite·알칼리 유문암의 한 종류)가 분포하는 곳이 모세왓 일대인 것이다. 코멘다이트는 조면암보다 더 진화된 암석으로, 한반도에서는 백두산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져 있었다.

처음 모세왓에 갔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제주에서 보아오던 암석과는 달랐다. 흔히 제주에 분포하는 돌들은 용암이 지표를 흘러가다 굳어지거나, 용암이 하늘로 뿜어져 나와 산산이 깨어져 쌓여 있는 형태를 띤다. 특히 용암이 뿜어져 나와 산산이 깨어져 쌓인 경우 송이(스코리아)를 이루거나, 수월봉과 같이 화산재들을 겹겹이 쌓아 층리를 보인다.

하지만 모세왓은 암편들로 이루어지지만 층리가 관찰되지 않는다. 마치 각진 자갈들을 덤프트럭으로 일시에 들어부어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런 형태의 암층은 점성이 큰 용암이 지표로 천천히 나오는 과정에서, 점성 때문에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화구주변에 계속 쌓이다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일순간 무너지면서 형성된다. 무너져 내리는 뜨거운 암석들은 사면을 타고 세차게 흘러가면서 산산이 깨지며 한꺼번에 쌓여 이와 같은 암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화쇄류 피해로 평가되는 1902년 서인도제도의 프레화산 폭발이 이러한 화산활동의 결과였다. 당시 화쇄류가 산 밑 도시를 덮쳐 2만9000여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제주도에서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또 다른 화산활동 양상이 발견된 것이다. 더욱이 이 암석이 코멘다이트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현무암이다 혹은 조면암이다 라고 부르는 명칭은 암석성분을 바탕으로 붙여진 것들이다. 모세왓 일대의 암석이 조면암보다 더 진화한 코멘다이트 영역에 도시된 것이다. 지금까지 제주도에는 현무암에서 조면암에 이르는 암석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조면암 보다 더 진화된 형태의 코멘다이트가 확인 된 것은 처음이다.

코멘다이트의 존재,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백록담 일대에 조면암이 분포함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백록담 일대의 조면암과 모세왓의 코멘다이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조면암에서 더 진화된 코멘다이트는 조면암과 성인적으로 관계된다. 조면암질 마그마가 지하에 머무르는 동안 마그마방 최상부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성분들이 모여 코멘다이트질 마그마가 생성된다.

마그마가 지표로 올라올 때는 마그마방 최상부에 있던 코멘다이트질 마그마가 먼저 분출하고 그 하부에 있던 조면암질 마그마가 나중에 분출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세왓 일대의 코멘다이트는 지금의 백록담 서측부를 이루는 조면암 돔이 형성되기 전에 분출한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모세왓 일대 코멘다이트질 각력암층 하부의 고토양에서 약 3만7000년의 연대를 얻었다. 이는 코멘다이트질 마그마가 약 3만7000년 전 이후에 분출했음을 지시하는 것이다.

최근 우라늄 계열 비평형연대측정과 같은 분석법들을 통해 마그나 내의 결정의 형성시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마그마 내 결정의 형성시기와 마그마 분출시기를 함께 고려한다면, 한라산 조면암질 마그마가 분출하기 전 얼마나 오랫동안 지하에 머물렀는지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라산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명성에 걸맞은 콘텐츠들을 차츰 갖추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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