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색 담은 맥도날드 간판 등 ‘눈길’
제주 색채·정서 제주의 재료로 표현

우리나라는 지금 프랜차이즈의 전성시대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000개가 넘고, 가맹점은 20만개가 넘는다는 통계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선 하루에 144개가 오픈하고, 66개가 폐업 신고를 하고 있다.

각각의 프랜차이즈들은 저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구축하고 이를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광고 및 홍보함으로써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립된 가맹점 개설을 붕어빵처럼 똑같이 잘도 찍어내지만 이 과정에서 그 지역의 특색과 정서·색채 등은 고려 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다.

이쯤에서 상업적 성공을 이룬 다국적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를 예로 들어보자. 세계 곳곳에 자리해서인지 맥도날드의 몇몇 매장들은 ‘전형적인 외관’이 아닌 ‘지역색에 맞춘 특색 있는 외관’과 인테리어로 그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노르웨이의 북쪽에 자리한 크리스티안산 맥도날드는 이전의 은행 건물에 문을 열었는데, 이 매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에 위치한 맥도날드이면서 세상에서 가장 클래식한 맥도날드로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에 들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포르투갈의 포르토 맥도날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매장은 1930년부터 알리아도스 거리의 터줏대감이던 오랜 건물의 1층에 입점했는데, 이곳은 이전에 ‘임페리얼 카페’라 불리던 레스토랑이었다.

그 당시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려 오픈한 것이다. 이들 2곳은 그 지역의 스토리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그 지역에 녹아들어 진행형 커뮤니케이션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애리조나주에 있는 세도나(Sedona)의 맥도날드도 특별하다. 세도나시는 화려한 색상을 띈 건물을 금지하고 초록·갈색 계열만 허가하는 방침이 있는데 그렇다면, 눈에 바로 띄는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꽉 찬 맥도날드의 로고와 매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맥도날드는 체인점을 내기 위해 애리조나주의 법에 따라 주변과 어울리고 눈에 띄지 않는 초록색으로 로고를 내걸었다. 세계에서 유일한 초록색 맥도날드 마크인 셈이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도 1300년이 넘는 옛 도시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건축 및 광고 규제를 엄격하게 실시하는 도시다. 구도심의 간판은 모두 1층에만 설치할 수 있으며, 2층까지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문양 간판만 허용한다. 맥도날드 역시 빨간색 간판을 고집하다 영업허가를 받지 못해 사자가 새 위에 올라탄 문양의 녹색 간판을 설치해야만 했다. 이 사례들을 살펴보면 목표한 방향으로 도시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프렌차이즈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분명한 원칙을 알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제주도내에 입점한 프랜차이즈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와 제도 속에서 ‘제주다운 프랜차이즈 모델’을 개발하여 차별화, 경쟁력을 구축함과 동시에 제주의 도시경관,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였으면 한다.

이를 통해 '제주다움'을 극대화하고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탄생시켜 또 다른 볼거리 제공과 함께 지역 명소로 거듭나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행정에서는 관련 법규나 제도를 신설하여 입점을 원하는 프랜차이즈나 가맹점을 대상으로 ‘제주형 프랜차이즈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는 경우에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한다.

제주다움을 담아 낸 프랜차이즈 일 때 또 다른 볼거리가 되고, 다시 찾아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제주형 맥도날드를 위해 건물 외관 및 슈퍼그래픽에 제주도 색채 및 정서(돌담·정낭 등)가 표현되고 현무암·송이석 등 제주의 자연 재료가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