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퇴임 앞둔
김정우 장로를 만나다

“나는 여러분이 알다시피 크리스천이다. 성경에 에벤에셀이란 말이 있다. 지금까지 40년간 교직생활을 무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나를 인도해 주시고 도우신 하나님의 은혜다.”

 

김정우 장로가 2003년 제주동여자중학교 교장 퇴임사 때 한 말이다. 이 말속에 그의 모든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오늘도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새벽예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김정우 장로는 인터뷰 요청에 “하나님이 다 알아주시기 때문에 인터뷰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40여 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제 2의 삶으로 인생 후반전을 제주의 결혼이주민‧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10년간 무급으로 다문화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10년 전부터 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제주에 거주하는 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적응하고 자립하는데 있어 한국어 및 한국문화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다문화가족 상담, 외부 강의 등 의 일을 하고 있다.

▲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섬김과 나눔의 인생2모작을 살고 있는 김정우 장로.

△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됐나요

퇴직 후 우연히 외국인노동자들의 문화체험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 2박3일을 같이 동행하면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려하는 3D 업종에 근무하는데 월급이나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인격적으로도 대우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성경에도 ‘너희도 애굽에서 나그네 생활을 했으니 나그네를 학대하지 말라’고 나와 있지 않은가. 그 후 외국인근로자센터에 가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 측은지심이 계기가 됐군요

그렇다. 2000년 초 외국인 노동자들을 돌봐 줄 사람이나 기관이 없었다. 그 때 기독 청년들이 이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고 돌봐주던 것이 외국인을 돕는 효시가 됐다. 그 후 크리스천 의사들이 가세해 도움을 주던 중 2002년 3월에 교회의 목사님과 장로님, 기독 청년들 중심으로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를 만들고 나는 퇴직 후 합류하게 됐다. 2007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던 목사님이 자리를 비우게 되어 센터장을 맡게 되어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 업무를 보고 있는 김정우 장로. 새벽예배와 아침운동 후 출근, 각종 서류결재와 상담, 강의 등 외부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하루가 모자란다.

△ 무급으로 알고 있습니다

센터장 월급이야 책정돼 있지만 제 것을 받지 않아야 직원을 한명이라도 더 쓸 수 있다. 예산이 정말 빠듯하기 때문이다. 나는 연금이면 족하다. 점점 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퇴직자들이 많아지는데 퇴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자신의 축적된 경험을 살려 사회에 봉사하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 힘든 점은 없으셨는지요

그렇다. 매년 임차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예산이 늘 부족해 힘들어 그것이 기도제목이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로 기관, 지인, 제자, 교인, 가족 등 여러 사람들을 붙여주셔서 지금까지 무사히 운영해 올 수 있었다. 올 해도 이틀 남기고 지불을 완료했다.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 기도제목들이 다 이루어져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큰 기쁨이었다.

▲ 지난 10월 중도입국자녀교육 프로그램인 “Together, High-five”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함께.

△ 보람된 일은 무엇이었나요

이주여성들 중 힘든 가운데 있는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을 위로해 주고 상담해 주고 나면 많은 분들이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국제적인 딸들이 많다. 길가다가도 “아버지”하며 인사하고 달려올 때 참 보람된다. 그리고 이민자들 중 교회로 전도해 세례를 받고 믿음생활을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면 오히려 내가 더 큰 은혜를 받게 된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돌이켜보니 어느덧 퇴직 후 10여 년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는 나도 연로해 몸이 힘들어 센터장직을 올해를 끝으로 내려놓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분들을 섬길 예정이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주님께 기도로 간구하고 주님을 믿고 의지한다면 에벤에셀 하나님께서 분명히 도움을 주실 것이다. 모든 분들이 늘 기도하는 삶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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