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 내세우는 아이들
어른 눈치 안보고 생각 정확히 표현
새롭게 달라지는 문화 인식

이주민 며느리와도 갈등
문제 알고 보면 일방 아닌 쌍방과실
‘역지사지’ 다름 인정할 때 갈등 줄어

 

준이는 엄마와 함께 마트에 쇼핑가는 걸 좋아한다. 제일 먼저 과자코너로 향한다. 그리곤 원하는 과자를 쇼핑카트에 담는다,

준이 엄마는 아들과 함께 식품코너와 정육코너를 돌며 만두 시식도 해보고 일주일간의 찬거리를 장만하고 쇼핑을 마무리 하게 된다. 엄마는 즐거워하는 아들과 쇼핑가는 시간도,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정리하는 시간도 행복하다.

이러한 행복도 잠시 준이 엄마는 무심코 아들 과자를 하나 꺼내먹다가 당황스런 ‘공격’을 받는다. 준이가 화를 내며 우는 것이다. “엄마. 그 과자 내 껀데.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먹는 건 나빠요”하며 소리치는 것이다.

엄마는 너무 어이가 없고 속이 상한다. 분명히 돈은 엄마가 냈는데 소유는 아들이 주장한다. 엄마 돈으로 구입 여부를 떠나 가족이니 당연히 함께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 엄마와 아들, 세대 차이로 봐야 하는 지 아리송하다,

요즘 아이들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대가족시대에는 부모가 시장을 다녀오면 과자와 과일 등 모든 게 개인이 아닌 ‘공동의 몫’이었다.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당연했다. 네 것, 내 것이 없고 우리 것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고 싶다고 아무 말이나 쉽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한다. 이렇듯 젊은 신세대들의 관심사와 고민, 가치관의 차이와 함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변화되어가고 있다.

아들 결혼 문제로 상담했던 어머니의 방문을 받았다. “마흔이 넘는 우리 아들 짝만 찾아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하셨던 분이다. 그 어머니가 며느리를 맞이한 지 3년이 됐다.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던 어머니가 말을 시작했다. 며느리 때문에 너무 속상하다는 것이었다. 도대체가 말을 안 들어서 며느리 때문에 집안 분란이 일어난다고까지 했다. “주변 이주민들은 참 싹싹하게 잘도 사는데 왜 우리 며느리만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물었다. 어머니는 “우리 며느리는 예쁜 짓을 안해요. 예쁜 짓만하면 내가 다 해 줄 텐데 답답해 미치겠어요. 잘 웃고 기분을 잘 맞춰주면 되는데, 돈도 안 들어가는 그걸 못한다”고 하셨다.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어머님. 혹시 며느님에게 칭찬하신 적 있으세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온 답은 “예쁜 짓을 안하니 칭찬을 할 수가 있어야지요.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이가 멀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30분쯤 지나자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칭찬을 한 번도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돌이켜보니 소원해진 관계가 며느리뿐만 아니라 어머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낀 것 같았다.

남편들 중에도 이런 고민을 전해온다. 잘해주고 싶은데 ‘예쁜 짓’을 안한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사연을 알고 보면 아내의 ‘일방 과실’이 아니라 남편도 잘못하고 있는 ‘쌍방 과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바닥도 양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예쁜 짓’도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때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데, 하물며 가족인 며느리와 아내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면서 웃으라고 요구만 하는 건 ‘반칙’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어가 서툰 며느리는 시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보다는 SNS를 통한 소통을 원한다. 전화 통화보다 긴장감이 덜어지고 문장이나 표현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서 훨씬 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SNS가 익숙하지 못한 시어머니 입장에선 답답하고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세상만사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 갈등이 확 줄어들 것이다. 내가 아니라 상대방의 시각과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면 매사에 강요가 아니라 이해가 앞설 것이다.

곧 우리 고유의 설 명절이 다가온다. 같은 설이라도 가족의 모임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과 준비 때문에 명절이 부담스러운 며느리의 입장이 공존한다.

“요즘세대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며느리 나라에선 그러는구나”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 세대 차이와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확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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