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갈등 수준 심각
보수·진보 진짜·가짜 끝없는 논쟁
공동체 신뢰 ‘사회적 자본이 대안

대한민국 국가·개인 신뢰도 바닥권
예측 가능한 약속 중요
공동체간 신뢰영역 확대 노력 절실

 

 

그 어느 때 보다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과거와 현재, 진짜와 가짜 등 끝없는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평화의 섬’으로 국가가 지정했지만 갈등의 연속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갈등이 없었던 국가나 시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 갈등이 없다고 평화스럽고 바람직스러운 사회의 모습도 아니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알지 못했던 문제를 부각하게 되고 소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등 의사결정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요체가 된다. 그러나 갈등의 정도가 심각하여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일으킬 정도면, 이는 사회의 근간을 흔들릴 수 있는 문제로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근본적 해결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스탠퍼드대 교수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번영을 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공동체의 신뢰 구축’을 오래전서부터 주창해 왔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을 축척시키고 사회적 자본은 불필요한 규제와 법치,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에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로부터 형성되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능력으로 물리적 생산시설이 아닌 사회적 관계 내에 존재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간의 신뢰와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며, 신뢰가 두텁게 형성된 사회는 법과 규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정책집행에 대한 속도와 효율성을 높여준다.

예를 들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으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높아 저항이 그만큼 적어지고 정책추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반면 신뢰가 낮으면 정부는 정책에 대한 설명과 홍보 등 부수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이로 인한 비용 증대와 갈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리더십 관련 저명한 학자인 스티븐 코빈(Stephen M. Covey)은 그의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떤 연유에서라도 신뢰가 약해지면 갈등이 발생하며 매우 큰 손실을 입게 됨을 경고하고 있다.

실상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권이다. 2016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신뢰도는 28%로 조사 대상 35개국 가운데 29위, 2017년은 24%로 32위 최하위권이다. OECD 국가 평균 42%보다 18%p나 낮으며 1위 스위스의 80%와 비교하면 무려 56%p 차이다.

우리나라는 개인 간 신뢰도 역시 낮다. OECD의 또 다른 조사(Society at a Glance, 2016)에 따르면 ‘타인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26%만 ‘그렇다’로 응답했다. 회원국 평균치 36%보다 10%p나 낮고 덴마크의 75%에 비하면 49%p나 낮은 수치다.

이렇다보니 우리 정부의 중요 정책들은 시행에 매번 어려움이 따른다. 부동산 안정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에서는 오히려 부동산가격 상승한다. 제주 제2공항 추진은 그 많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의문제기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의 진위 논쟁은 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신의 깊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러한 불신은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소통이 아닌 불통, 포퓰리즘, 도덕적 해이, 여론이나 외압에 따른 잦은 정책변동 등이다.

신뢰는 개인이든 국가이든 공동체 내의 예측 가능한 약속이 중요하다. 더 훌륭하고 성숙한 문화를 창출하고 발전적인 미래지향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동체간 신뢰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비전제시와 일관된 추진, 정책의 투명성, 진정한 의사소통, 약속에 대한 책임의식 등이 신뢰 회복을 위한 기본적 전제다. 나침판이 어디에 있든 북쪽을 항상 지시하는 것처럼 신뢰구축을 향한 일관된 노력이 갈등을 완화하는 방도이다. 이미 오래전 공자께서 “정치란 경제(食)를 넉넉히 하고, 안보(兵)를 튼튼히 하며, 백성이 믿도록(信) 하는 것”이고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백성의 신뢰’라고 강조하신 말씀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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