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뜨거운 감자’ 가상화폐
인생역전 위한 투자·투기
올해 가격 급락하며 부작용 속출

현재 사태 전문가·지식인 이미 경고
정부 차원 시급한 조치 필요
장기적 건강한 투자로 전향 바람직

 

“어디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 such things as a free lunch)”이란 영어 속담이다. 즉 ‘세상에 공짜는 없다’란 뜻이다. 노력과 땀을 흘려야만 정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진리와도 같은 말이다.

작년 한해 한국에서 가상화폐는 뜨거운 감자였다. 한국에선 ‘가즈아~~!!’라는 유행어를 만들만큼 투자했던 가상화폐 급등에 따른 ‘인생역전’의 사례들이 인터넷 기사와 카페 게시글에 도배됐었다.

‘흙수저들이 금수저가 될수 있는 유일한 기회’, ‘실업한 청년의 유일한 돌파구’, ‘수억·수십억을 벌어서 인생역전 한방이다’라는 글 등을 보면 가상화폐를 투자하지 않은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바보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건강한 투자라기보다 투기로 변질된 점 때문에 한 종편 방송에서 가상화폐 반대 입장을 펼쳤던 한 유명 지식인은 가상화폐 지지자들로 부터 거센 악플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20대 명문대생이 자살했다는 기사는 ‘세상의 공짜는 없다’란 위 속담을 다시 실감하게 한다. 작년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해 한때 원금의 10배를 벌었던 20대 대학 휴학생이 최근 가격 급락으로 원금까지 거의 잃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는 불과 2달 전 만해도 2400만원까지 급등했던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2일 1000만원 아래로 급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 800만원이 한달새 150만원이 됐습니다.” 라는 청원글이 2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청원글 하단에는 “얼마나 많은 서민이 목숨을 끊어야 하나” 라는 거친 댓글까지 달렸다.

또한 코인 관련 카페에는 “대출받아 투자했다 쪽박이 되어 한강을 왔다 갔다 한다”는 게시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그럴까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극단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이 자살 방지 핫라인을 설치했는데 지난해 12월 이 레딧에는 ‘형이 비트코인 때문에 자살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비트코인을 제때 매도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했다며 자살한 29세 남성의 사연이 게시됐다.

대부분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은 ‘투자금을 잃어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때 조금 더 많이 투자했더라면’ 이란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하기도 한다. 불노소득 등 공짜를 바라는 욕심 많은 인간의 민낯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사태들은 여러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이미 전부터 경고했던 것이기도 하다.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변질된 상황, 가상화폐의 정의조차 분명히 정립되지 않아 법적 조치를 미루었던 점, 블록체인에 기반한 기술 자체 보다는 가상화폐에 대한 지나친 거품,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우려의 상황은 유효하다.

지금도 상한은 물론 하한 저지선도 없는 가상화폐의 급격한 등락에 장밋빛 미래만 바라던 투자자들의 하루하루가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레딧’처럼 한국에서도 정부차원의 가상화폐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호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기관과 가상화폐거래소 역시 투자자들에게 사전 경고 메시지 레벨도 올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상화폐를 통한 한탕, 인생역전을 꿈꾼 투자자들은 자신의 비뚤어진 과욕은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이다.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보다는 가상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관련주 등에 장기적인 건강한 투자로 전향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불안하고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도피처로 인생역전을 기대하며 공짜 점심(Free lunch)를 먹었던 이들에게 신은 ‘세상에 공짜는(No free lunch) 없다’는 불변의 가르침을 다시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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