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의 모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관광객 살인사건은 결국 관련자 모두의 비극으로 끝났다. 피해자는 억울하게 희생됐고, 살인사건 용의자 한정민(32)씨는 14일 충남 천안시 한 여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경찰은 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당 게스트하우스는 개업 10개월 만에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많은 문제점과 교훈을 남겼다. 우선 제주 방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는 지역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함께 향후 제주관광의 앞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올레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올레길 방문객이 뚝 끊겼던 것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제주를 여행하던 A씨(26·여·울산)가 피살된 것은 이달 8일이었다. 경찰은 숙박 중이던 제주시 구좌읍의 게스트하우스에서 A씨가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허술한 초동수사로 눈앞에 있던 범인마저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의 실종 신고로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탐문 수색하던 경찰은 사건 이틀 후인 10일 한씨(게스트하우스 관리직원)와 맞닥뜨렸으나 조금의 의심조차 갖지 않았다. A씨 행방을 묻는 경찰 질문에 한씨는 태연하게 “모른다”고 답했고, 당일 오후 8시35분 제주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유유히 제주를 빠져나갔다.

게스트하우스 주변 인물부터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를 폈더라면 지금과 같은 낭패는 없었을 것이다. 경찰은 단순 실종사건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육지부에 있는 가족이 20대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에까지 실종신고를 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마땅한 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다. 제주경찰의 무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욱이 한씨의 경우 술에 취한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준강간)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1일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그것도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올레길 사례에서 보듯이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종합대책’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경찰 등 관계당국의 통렬한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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