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사업비 357억6000만원을 들여 총연장 234㎞의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개통한 바 있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와 관리부실 등의 제반 문제가 불거지며 ‘환장 자전거길’이란 오명(汚名)만 남겼다.

이런 상황 속에 제주도가 자전거길 정비를 위해 또다시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수년 전 실패한 정책을 획기적인 개선책 없이 재도입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계획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도가 마련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을 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84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환상 자전거길을 정비해 대중교통과 연계시키고, 전기자전거 충전기반 확충과 자전거 쉼터 조성 등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효과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려 103억6500만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5억6400만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그리고 86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그 면면이다. 이 같은 유발효과 통계치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는 모르지만, 이를 곧이 믿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 런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환상 자전거길’의 실패는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에서 비롯됐다. 이번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우선 자전거길 이용 실태 등 정확한 현장 진단부터 이뤄져야 할 터인데 그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 및 대중교통과 연계하기 위한 버스용 자전거 운반 장치(캐리어) 재도입만 하더라도 지난 2010년 시범 운영했으나 실패작으로 끝난 방안이다. 자전거 우선도로 설치 또한 현재의 도로 여건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계획은 막대한 혈세만 낭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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