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절반이상 비정규직
10명 미만 사업장 94% 고용도 불안
외국인 일꾼은 내국인 일용직 잠식

활성화정책 실패 골목상권도 붕괴
이제 선택지는 둘 중에 하나
하려면 따라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제주의 노동시장은 늘 불안정하다. 도민들은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숙명처럼 여긴다. 섬이라는 지정학적 조건과, 중심 산업이 관광이라는 산업적 특성이 맞물린 데 따른 필연적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돌파할 의지도, 방책도 별반 제시된 게 없어 보인다.

제주의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나 임시·일용직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39.9%다. 전국 평균보다 6.5%포인트 높다. 지난해 말 제주공공정책센터가 발표한 통계다. 그나마 임금노동자 가운데 상용노동자는 40.9%에 불과,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노동시장의 취약성은 노동현장 실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농수축산업과 관광,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아 10명 미만 사업장이 무려 94%에 달한다. 그만큼 고용 불안전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여성과 고령의 노동자 비율이 높은데다, 노동 취약계층 대부분 임금이 200만원 미만 수준이라는 점도 노동환경 취약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주공공정책센터는 대안으로 △기본노동권 보장 △공공조달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 △생활임금제 시행 등을 제시했지만 넘어할 산이 높다. 공공부문의 의지와 예산, 개별 사업장들과 노동자의 의식 전환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제주 노동시장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골칫거리다. 해마다 겨울이면 크게 늘었던 외국인노동자들은 최근 들어 사시사철 흔히 볼 수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은 관련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실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저 막연한 추정만 떠돌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외국인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내국인들의 일용직 노동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주로 저소득층이나 노동취약계층이 감당해왔던 일용직 일터마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내주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일할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 현장이나 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건 일단 ‘일 부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용직노동자를 공급하는 인력사무소도 주로 외국인을 소개한다. 사용자 쪽도 좋아하는 데다 국내 노동자에 비해 더 많은 소개비를 받을 수 있으니 인력사무소 입장에선 양수겸장인 셈이다.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인력사무소와 브로커들의 수법도 단속 강도에 비례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제주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거리마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빼앗기는 상황을 지방정부나 관계기관은 뭐라 변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골목상권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거의 전국적 현상이다. 1차적으로는 골목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골목의 ‘구멍가게’보다는 넓고 큰 ‘마트’를 선호하는 현상도 그렇다.

골목상권을 어떻게든 활성화하자는 여러 정책이 방방곡곡에서 펼쳐졌지만 알려진 성공 사례는 극소수다. 마치 거대한 태풍에 우산 들고 맞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곤 한다.

물론, 뭍과 제법 거리를 둔 제주는 좀 다를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발표된 자료를 보면 제주 역시 ‘태풍’을 피해가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500곳 가까운 점포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 하루 방문고객이 10명도 안 되는 점포가 27.6%나 됐다. 매출 또한 비슷한 규모의 점포들이 하루 3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0만 원 이하라 답한 점포도 23%에 달했다. 이밖에 절반 가까운 점포들이 제주사랑상품권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고유브랜드(Private Brand) 제품 판매 또한 매출에 별 도움 안 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간 벌여온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장담하건데 같은 방식을 되풀이 한다면 역시 마찬가질 거다.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하지 말든지, 하려면 제발 남들 하던 거 따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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