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진 건망증에 위기감
슈퍼에 무얼 사러 갔는지 깜박깜박
심해지면 치매로 갈 수도

사람은 의지의 탄력 잃어 늙는 것
시니어실버 위한 소통대학교 개교
배움 속 행복한 커뮤니티 기대

 

“어머나 이게 뭐에요?” 갑자기 내 구두를 보고 화장실에서 후배 강사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 “왜 뭐가 잘못 됐나?”며 내려다보니 아뿔싸 서둘러 나오느라 구두를 짝짝이로 신은 것이다. 같은 검정색이지만 디자인이 전혀 달랐다.

옆에서는 후배들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스마트폰으로 찍고 난리가 아니다. 출근하는 내내 사람들이 웃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도 일요일이라 지하철에 사람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들을 부르려면 다른 이름 한 번쯤 불러야 하고 슈퍼에는 무얼 사러 갔는지 잊어버리는 일들이 늘고 있다. 고민 끝에 제대로 사오긴 하지만 ‘내가 요즘 왜 이러지?“하고 생각하게 된다.

요즘 방송도 몇 번 나가고 나서 강의가 많아지다 보니 정신이 좀 없긴 했다. 그래서라면 다행이지만 ‘위기감’이 엄습해 온다.

여기저기 기억력이 좋아지는 방법, 치매 예방법을 뒤적이다보니 정보들이 다양하다. 재미있는 글도 있어 피식 웃어본다. “부모님이 너무도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다이어트 중이라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피가 되고 살이 될까봐…” 나 역시도 유머를 만들지만 이런 글 작업이야말로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다 암기를 안 하게 되고 길도 내비게이션이 다 알려주는 덕에 길을 특별히 기억하려는 노력도 줄었다. 우리가 무엇을 할 때 습관이 붙는 데는 15일이 걸리고 자동화 되려면 63~100일 걸린다고 한다.

협회에서 치매예방 인지지도사 과정이 있어서 대인관계도 강의할 겸 첫 시간부터 치매에 대해 듣게 됐다. 모두들 ‘나에게도 올 수 있는 일’이라 여겨서 그런지 전국에서 오신 분들이 숨소리도 안내고 열중이었다.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고 지금의 내 증상은 건망증이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치매로 갈 수 있으니 미리미리 체크하라는 조언도 들었다.

치매 예방에는 고스톱보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한 다음 글로 써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책도 읽었다. 또 SNS에서 스마트폰 교육이 있다고 해서 등록했는데 우리가 전화를 걸고 받는 외에도 얼마나 다양한 기능이 있는지 너무도 신기했다.

이틀간 10시간의 강의를 들으면서 10분씩 나의 유머특강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좋아보였는지 대표가 불렀다. “원장님. 시니어 실버들이 즐거운 세상을 만들려 하는데 원장님을 뵈니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시작했다.

대표는 “뒷방 노인으로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닌, 늘 배우고 누구나 오면 즐겁고 행복한 소통대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서 스마트폰 활용을 배우신 분들이 지금 복지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일을 하고 계신 것만 보더라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꼭 같이 해보자 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교육의 모토가 아니던가. 배움을 멈추는 순간 노화는 시작된다고 했다. 얘기를 듣는 내내 시니어 실버들이 언제든 오시면 즐겁고 행복한 장소를 만들면 너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문구가 생각이 났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탄력을 잃어 늙어가는 것이라는.

그런 결정이 나고 고생하고 힘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 혜화역에 5개의 교육실을 갖춘 ‘소통대학교’가 지난 1일 개교했다. 사람들이 묻는다. “소통대학교가 4년제에요? 일반대학교에요?” “어르신! 손칼국수에 손 안 들어가고 붕어빵에 붕어 안 들어가듯이 소통대학은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무료강좌도 있으니 댁에 계시지 마시고 언제든 나오셔서 즐거운 배움을 실천하세요. 오셔서 화장법도 배우시고 나에게 맞는 컬러도 찾으시고 스마트폰도 배우세요. 그리고 손주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아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와주셔서 시니어 실버를 위한 소통대학교가 좋은 출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총장이 됐다. 강의현장 21년간의 경험을 살려 시니어 실버가 배움 속에 행복한 최고의 ‘커뮤니티’ 소통대학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우리 모두 실버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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