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가던 산업 사드에 급전직하
올해 들어 입항 1척 뿐 참담한 실정
그동안 중국 크루즈시장 성장세 편승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으로 성과
이번 사태 마케팅 역량 강화 기회로
잘하면 지금의 불행이 복이 될 수도

 

 

인간사는 변화무쌍하다. 흔히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한다. 새옹지마는 중국 고전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국경의 북쪽 변방에 사는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이다.

변방에 사는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가는 바람에 여러 날 낙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망갔던 말이 준마 한 필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 준마를 노인의 아들이 타다가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다. 마침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그의 아들은 절름발이로 인해 징병을 면했다. 같은 동네 젊은이들은 전장에 나가 대부분 전사했지만 노인은 그 불행을 피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너무 낙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복이 찾아온다는 교훈이다.

한때 잘 나가던 제주 크루즈산업이 최근 급전직하(急轉直下) 했다. 제주를 찾은 크루즈선은 2013년 184회(관광객 38만6139명)에서 2015년 285회(62만2068명), 2016년 507회(120만9106명) 등으로 급증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98회(19만명)로 급락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발 크루즈선 입항 중단 때문이다. 지난해 크루즈선으로 제주에 온 중국 관광객은 17만582명으로 전년(116만5258명)보다 85.4%나 감소했다. 제주 크루즈산업이 속절없이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중국발 크루즈선의 제주 기항은 전무하다.

중국 크루즈관광객이 끊기면서 관련 시설은 개점휴업 상태다. 413억원을 투입한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크루즈터미널)은 개장(2015년 7월) 후 2년도 안 돼 거의 파리만 날리고 있다. 이 시설 위탁관리를 맡은 한국해운조합 제주지부는 크루즈 입항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되자 주차·미화·검색 분야 용역근로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109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준공한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면세점은 아직 개점도 못했다. 이달 중 준공 예정인 제주해군기지 내 서귀포크루즈터미널(강정항 크루즈터미널)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534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도 상당 기간 휴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발 크루즈선의 제주 기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중 관계가 풀렸다고 하지만 사드로 인한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일부 지역(북경·산둥)에 대해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를 해제했지만 아직까지 전면 허용은 않고 있다. 유커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다.

제주도 등은 이에 따라 크루즈시장 다변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방향은 맞지만 이로 인해 금방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규 항로와 선사 유치는 1~2년 단위로 운항 일정을 미리 예약하는 크루즈산업 특성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중국발 크루즈 제주 입항 재개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제주크루즈관광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찾아오는 크루즈선이 넘쳐 도내 선석도 2019년이 되면 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항 2석(14만t급, 8만5000t급) 및 강정항 2석(15만t급) 등 현재의 4석만으로는 기항 수요를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신항 개발사업 구상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제주외항 크루즈부두를 탑동항만으로 이전해 22만t급 1석과 15만t급 3석 등 총 4선석을 갖춘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제주 크루즈산업은 바닥에 떨어졌다. 올해 들어 입항한 크루즈선은 고작 1척뿐이다. 산업 운운하기가 참담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설한 시설을 마냥 놀릴 수 없다. 관련 업계 영업과 일자리도 생각해야 한다.

당국이 분발해야 한다. 시장 다변화는 당연하다. 크루즈산업을 중국시장에만 의존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동안 중국 크루즈관광객 성장세에 편승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했다. 이번을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기에 따라서는 현재의 불행이 내일의 복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으로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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