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섯 살 조카가 읽어달라며 책을 한 권 들고 왔다. ‘거절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의 책 속 주인공은 주변 친구들의 모든 부탁을 들어주었다가 결과적으로 낭패를 보게 된다. ‘난 그저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모든 게 엉망이 돼 버렸다’고 울먹이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게 되고 ‘도와주기 힘들 때는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모두 배운다는 내용이다. 4~6세 어린이에게 인성동화로 추천되는 이 책은 어릴 때부터 잘 거절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절’이라는 단어는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잘하는 ‘거절’은 나를 위하고 우리 모두를 위하는 방법일 수 있다. 우리사회는 거절의 문화가 너무나도 어색한 사회이다. 거절을 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한다.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걱정하거나, 상대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할 것도 같다. 거절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나보다 상대방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필수 덕목인 ‘청렴’은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도달하기 어렵다. 누군가 청렴하다고 하면 우리는 그 사람을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이다. 학연·지연·혈연, 이 모든 관계를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 시간과 노력이 소중한 만큼 내키지 않는 부탁을 들어주느라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면 그 에너지를 나를 위해 사용하자.

제주는 좁은 지역 특성이 만든 관계들 때문에 거절하기 더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거절을 잘 해야 한다. 우리는 거절을 잘 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공직자에게 청렴이라는 단어는 이제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 의미에 대하여 소홀해지고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다.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떳떳하게 미소 짓는 얼굴로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다시 한 번 모든 공직자스스로 진지하게 청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때론 ‘NO’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말이 된다‘ 는 어느 책의 구절이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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