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문명의 이기’ 자동차
엔진 좋아도 제동장치 고장은 재앙
행정도 집행부·견제기구 역할 비슷

도의회 현안 문제점 지적하곤 ‘통과’
신화련·랜딩카지노·한국공항 등
기능 못하는 의원들 즉각 교체해야

 

자동차는 인간에게 이로운 문명의 산물 가운데 확실한 하나다. 마소와 달리 연료만 채워주면 밤낮 가리지 않고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불평 없이’ 달린다. 사람이 물리적 거리를 나름 극복하고 살 수 있게 된 것은 자동차가 실용화된 이후인 듯싶다.

자동차가 문명의 이기(利器)일 수 있는 건 바로 ‘제동장치(브레이크)’ 덕분이다. 엔진이 고장 나면 이용을 못해 불편은 하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니 사고가 날 일은 없다.

반면 엔진은 돌아가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으면 그야말로 대형 사고, 문명의 재앙(災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제동장치다. 고장 나면 즉시 고쳐야 한다. 잘못된 부품은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행정도 비슷하다. 각각 엔진과 브레이크의 역할이 있다. 집행부는 개발로 달리려 한다. 집권자들은 ‘열매’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꼭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믿는 그들이다.

그래서 의회가 있다. 집행부의 질주를 견제하는 기구다.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다. 그 기능을 못하는 상황들이 목도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15일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가결과 부결은 도의회의 권한이니 ‘법대로’ 차원에선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동의안이 ‘삼수’ 끝에 통과해야 했을 사정을 살펴보면 그게 아니다. 한림읍 금악리 소재 블랙스톤 골프장의 9개 홀을 개발부지에 편입시켜 87만여㎡에 휴양콘도미니엄 48실·호텔 664실과 골프코스 등을 조성하겠다는 이 사업은 계획 제출 당시부터 편법과 특혜 의혹이 일었다.

골프장 용도변경 ‘특혜’가 그것이다. 또한 그로인한 중산간 환경의 변화와 숙박시설 과잉공급과 카지노 확장 등 지역 경제 및 사회에 대한 심각한 우려 속에 ‘반 도민적 개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의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2차례 심의를 보류했었다. 그럼에도 결국엔 건축물 높이 하향 조정(5층에서 3층) 등의 부대의견만 달고 통과시켜주고 말았다.

도의회를 지난달 14일 통과한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 면적 변경허가도 그렇다. 하얏트리젠시호텔에 있는 카지노를 제주신화역사공원으로 옮기면서 면적을 7배(5581.27㎡)로 확장하겠다는 것이어서 도민사회의 반대가 거센 민감한 현안이었다.

대형 카지노의 첫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도내 7개 소형카지노들이 랜딩카지노처럼 업장을 확장 변경 신청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한다. 제주는 금세 도박의 섬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문화관광위원회는 도민고용과 범죄 예방 대책, 감독위원회 확대 등의 두루뭉술한 조건을 달고 통과시켰다.

지난해 7월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에 대한 지하수 증량 결정 또한 대표적인 브레이크 고장 사례다. 환경도시위원회는 한국공항㈜이 1일 100t인 지하수 취수량을 150t으로 늘려달라고 하자 ‘20t을 줄이는 꼼수’를 쓰며 130t으로 증산 결정을 내렸다. 1993년 ‘1일 100t’으로 결정된 이후 24년간 흔들리지 않던 대기업에 대한 공수화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다. 다행히 본회의에서 제동이 걸리긴 했다.

유사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야말로 집행부와 견제기구 간에 ‘부창부수’다. 부창부수가 결코 나쁘진 않지만 제주도와 도의회 간에는 생각해볼 문제다. 특히 난개발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그리고 도의원들 스스로 문제점을 지적했던 사안을 둘러싼 결정에선 더욱 그렇다.

도의회가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 역할을 포기한 듯한 인상마저 든다. 도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약속대련’처럼 말로만 떠들고 행동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 업자의 절차를 정당화시켜주기 위한 ‘거수기’로 여겨질 때도 없지 않다.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치는 과감히 떼어내야 한다. 고장 난 브레이크를 그냥 두고 운행하다가는 대형 인명사고를 피할 수 없다.

도의회도 그렇다. 그들에게 주어진 본연의 기능인 집행부의 질주에 대한 제동, 즉 견제 기능을 못한다면 과감히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제동을 못하는 브레이크는 브레이크가 아닌 것처럼 견제 역할을 하지 않는 도의원들은 도의원이 아니다. 6월13일 지방선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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