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추념식 사상 최대 규모 거행
4·3 의미 계승 화해·인권 가치로 승화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의 여운이 남아 있다, 이번 추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족과 도민 등 1만5000여명이 함께했고 국회의원 50여명과 일본에서 350여명, 대만의 과거사 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규모만이 아니다. 이번 추념식은 내용적으로도 감동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는 생존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제주도민에게 커다란 위안과 울림을 남겼다. 4·3을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사과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남아 있었던 응어리는 해소되고 따뜻함이 가슴 깊게 전해져 왔다.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하고 “4·3의 진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임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명예회복, 유해발굴, 배·보상 등에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 공언했다.

대통령은 “이 땅에 봄은 있느냐”라는 질문으로 추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추념사를 마무리하면서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이라며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고 단언했다. 이어 서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며 추념사를 마쳤다.

실로 제주의 봄이 아닐 수 없다. 암울했던 4·3이 70주년을 맞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여러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외부에 의해서 이룩된 성과가 아니다. 입과 목소리가 닫혔던 어둠의 세월,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4·3의 진실을 찾아 나섰던 제주민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4·3평화재단에서는 이러한 진전을 가능하게 해준 선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4·3특별공로상’을 제정하고 추념식 다음날인 첫 시상식을 개최했다. 제1회인만큼 4·3 진상규명을 위해 4·3특별법 제정 이전부터 헌신해 온 분들 가운데 6명의 인사 및 단체를 시상했다. 제주4·3연구소와 놀이패 한라산,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 김명식 시인, 일본의 고이삼 신간사 대표와 문경수 리츠메이칸대 교수들이 주인공들이다. 70주년을 맞아 4·3에 헌신한 이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4·3영령들과 4·3생존자들의 해원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겠다.

4·3의 완전한 해결은 4·3희생 피해자와 유가족, 혹은 제주도민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일이다.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유족들을 위무하며 4·3의 진실을 올곧게 알리는 일, 그 중심에 4·3유족회와 더불어 4·3평화재단이 함께 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4·3의 의미와 가치 또한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지난 오랜 세월, 제주도민들은 4·3 해결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역사 바로 세우기에 전력하면서 동시에 우리 스스로 공동체의 화해와 치유를 모색해왔다.

제주도민들이 자발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포괄하는 ‘공동체 복원’을 위해 해온 노력은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하다. 이는 아픈 과거를 잊지 않되, 그 아픔과 상처를 공동체 상생을 위한 화해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4·3의 가치를 보편화해서 4·3을 문화콘텐츠화하고 역사적 의미를 담아 알려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제주4·3을 기억하는 일은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일일 뿐 아니라 세대간 4·3 기억을 전승하는 일이자 평화·인권의 메시지를 전국에, 세계에 전파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지금 제주에는 동백꽃이 만개해 있다. 제주 곳곳의 동백군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봄, 제주에 만개한 꽃은 70주년 기념 배지 동백꽃이다. 추념식장 1만5000여명 그리고 제주도민들과 전국의 시민들 가슴에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동백꽃이 활짝 핀 이 봄,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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