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異變)은 없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66)에 대해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TV로 생중계된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18가지 공소사실 중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 복리 증진에 행사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사적 친분이 있는 최순실씨와 공모해 기업들에게 재단 출연을 요구하는 등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범행이 밝혀지면서 국정은 큰 혼란에 빠지고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 파면 상태까지 왔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헌법에 부여된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이 위임한 지위와 권한을 사인(私人)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에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준엄하게 질타했다.

특히 재판부는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 선고 이후 여론은 양 갈래로 나뉘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게 재판이냐”며 큰 좌절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반면에 대다수 국민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변호인 측도 입장을 내놓았다. 강철구 변호사는 “국선 변호인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선고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아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오늘은 1심 선고일 뿐이다. 앞으로 항소심,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 선고가 이뤄진 이날도 끝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이라고 하지만, 동정보다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을 끝까지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향후 항소심과 대법원이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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