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도시 관광객 억제 추진
수용능력엔 지역사회 합의가 전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 섬이 환경정화를 위해 오는 26일부터 6개월간 전면 폐쇄된다고 한다.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1조 2000억원 정도의 관광수입을 만들어내는 보라카이의 폐쇄는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관광)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는 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력을 넘어서는 관광객의 유입을 의미한다. 이렇게 관광객이 몰리면 환경 및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통체증·각종 사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과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는 유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지인 베니스는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 방문으로 지가 상승·과밀·공해·유적 파괴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자 인기 관광지의 방문객 수를 관리하기 위한 ‘방문객 카운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대운하에서의 수영과 유적지에서의 피크닉을 금지하고 위반 시에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는 시내 호텔 신축을 금지하고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서비스업체)’의 영업일수를 연간 50일 이내로 제한하며, 숙박객에겐 정액제로 관광세를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덴마크의 코펜하겐 등 유럽의 주요 관광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다양한 억제 정책들을 마련하는 데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이제 아시아로 넘어오는 형국이다. 가장 큰 배경은 아무래도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시아 관광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급증으로 교통체증·물가 상승·소음 등 삶의 질이 나빠졌다며 중국인의 유입을 억제하자는 홍콩인들의 시위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제주 역시 최근 오버투어리즘의 심각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011년 860만명 수준이던 내도 관광객은 5년만인 2016년에 1500만명을 넘어섰고, 2011년 57만명 수준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6년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 만큼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도 제주로의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내도 관광객이 급증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내국인들은 동남아 도시와 비교, 치안과 음식·언의의 편의성 등으로 제주를 선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제주도가 급속히 증가하는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화두가 제주관광에도 던져진 셈이다.

최근 제주 지역사회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양한 경고와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 관광수용력과 관련한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그 결과가 제주도의 관광수용력을 정확히 나타낼 수 있는가의 논란이 다시 이어지는 상황이다.

사실 관광수용력은 단순 계산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 물리적 수용력은 물론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수용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 수치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광수용력은 지역사회의 이해와 합의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제주가 관광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의미와 가치가 부작용보다 크다면 지역사회에서 이해하고 합의하는 수용력의 규모는 커질 것이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작아질 것이다.

물론 통일된 합의안을 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제주라는 그릇에 담을 만큼의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지, 제주가 필요한 만큼의 수용력을 위해 그릇을 키우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지 지역사회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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