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4·3주제 단편영화 제작 상영
교육 패러다임 전환기 중요한 ‘사건’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우리 대정고등학교 학생들이 단편 영화 ‘4월의 동백’을 제작하여 제주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홍보에 나섰다. ‘4월의 동백’은 70년 전 우리 대정·안덕지역에 살았을 법한 평범한 인물 석민이를 모델로 제주4.3의 아픔을 그려낸 영화다.

학생들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4·3 자료를 찾아 분석하고 유적지를 답사했다. 그리고 관점을 달리하여 토론하면서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배역이나 장소 섭외에서부터 소품 준비와 촬영, 편집·홍보까지 모두 스스로 해냈다.

우리 학교는 지난해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학생자치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와 역사·환경으로 관심 분야를 넓혀 다양한 동아리를 조직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추사 유배길의 청정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매주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송악산과 알뜨르 비행장의 일제 강점기의 모습을 보면서 평화나비 배지를 만들었다. 제주4·3의 아픈 역사를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4·3배지를 제작하여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인문사회분야 동아리 학생들이 지난 겨울방학에 ‘5·18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하여 다년 온 후 제주 4.3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리고 영화제작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성장을 보여 주었다.

무엇이 이 학생들을 관람자에서 주체적 실행자로 변화하게 만들었을까? 선생님들의 노력과 학교의 변화가 이를 뒷받침했다고 본다.

선생님들은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교육활동과 연계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배움의 길로 이끌었다. 학교는 이러한 학생활동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지원해 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1966년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맥 남부의 어느 고등학교에 부임한 한 선생님이 아이들로 하여금 지역사회의 노인들을 면담해서 애팔래치아 산맥 주변의 풍속을 수집하게 하여 ‘Foxfire’라는 계간지를 창간했다.

Foxfire는 창간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속적으로 발행됐다. 여기에 실린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언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학문적 성실성도 추구하려고 노력했다. Foxfire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그 결과 이 학교를 졸업한 많은 학생들이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와 봉사하고, 이 학교 선생님이 되어 지역사회의 풍속을 보전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4월의 동백’이라는 단편영화를 제작한 학생들도 어른이 되어 4·3의 아픔을 넘어 세계 평화를 이끄는 주역이 될 것이다. 훗날 지역으로 돌아와 이 지역의 값진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널리 알리는 주인공이 되리라 믿는다.

학교는 표준화된 교육의 틀 속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을 말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외국의 교육 성공사례에 비추어 우리 교육의 획일성과 평가방법·수업방법에 대한 비판을 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교육개혁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4월의 동백’이라는 단편 영화 제작과 홍보를 통한 학생들의 활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학교교육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고 본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은 교과 활동과 별개가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된 교과 활동의 연장선으로 이해되고 장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교과를 통합적으로 본다고 했다. 교사는 학생과 교과, 지역사회를 비롯한 교육을 둘러싸고 있는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교육과정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는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최적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4월의 동백’이 전해 주는 작은 바람이 학교혁명의 초석이 되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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