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사 선거 초반 ‘적폐 청산’ 부각
元, 상대 무기 선점 여당 후보 공격
중앙 차원선 ‘한반도 평화론’ 힘 받아

남북이슈 블랙홀 ‘지방’없는 선거 우려
유권자들, 그들이 친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프레임으로 지역일꾼 선택해야

 

흔히들 선거는 ‘프레임’(구도) 싸움이라고 한다. 프레임은 사고의 틀이다. 그것은 유권자 생각을 가둔다. 구도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선거 프레임의 비근한 예로 ‘민주냐 독재냐’를 들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현 정권이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어 재미를 봤다. 장황한 정책 설명보다 간략한 선거구호가 표심 잡기에 더 효과적이다. 정당들이 프레임 전략 짜기에 고심하는 이유다.

지방선거에서는 통상 ‘도정 심판론’, ‘힘 있는 후보론’ 등이 단골 메뉴가 된다. 오는 6·13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전에서 현재 가장 눈에 띄게 부각된 프레임은 ‘적폐 청산’이다. 묘한 것은 현 집권당이 적폐 세력으로 몰아붙였던 과거 여권에 몸담았던 현직 지사가 이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는 무기를 선점해 여당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원희룡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겨냥해 “청산해야할 적폐”라고 공격하고 있다. 지난달 예비후보(무소속) 등록 기자회견 시 그는 “곶자왈을 훼손하고 송악산과 주상절리 등 경관 좋은 곳을 난개발하고, 제주의 귀중한 땅들을 중국 등 외국에 팔아넘긴 것, 그 중심에는 부동산 투기가 있고 일부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의 이권개입이 있었다”며 “부동산 투기한 사람에게 제주도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부동산투기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른 문 후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원 후보는 또 “지난 4년은 적폐와 싸운 4년이었다”며 “제주가 ‘조배죽’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은 전임 우근민 지사 재임시절 공직사회에서 공무원의 줄세우기 행태를 상징하는 말이다. 문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 전 지사를 한 묶음으로 엮어 적폐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와 바른미래당 장성철 후보도 적폐 논쟁에 가세했다. 김 후보는 “도민사회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조배죽’ 세력 선거 관여 논란은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장 후보는 "구태정치의 당사자로 평가받은 전직 도지사를 끌어들이는 것이 촛불혁명정신이냐”며 비판했다.

이에 문 후보는 “문제가 있다면 사법당국에 고발하라”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다”며 반발하고 있으나 다분히 수세적이다. 그러면서 여당 후보들이 전통적으로 쓰는 ‘힘 있는 후보론’과 ‘친문 마케팅’을 활용해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프레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지방선거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이슈가 지방선거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놓고 여당과 야당은 공격과 방어 프레임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13지방선거 정책공약에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염두에 두고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대거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방선거 프레임의 하나로 ‘한반도 평화론’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데탕트에 안보 이슈가 밀리자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감세 정책이나 미세먼지 해결책 등 ‘민생보수’를 내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여·야 간 프레임 전쟁이 ‘장군 멍군’ 식으로 불꽃을 튀긴다.

어느 프레임이 선거판에 더 큰 영향을 줄까. 현장에서는 ‘한반도 평화’ 프레임이 가장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이번에 ‘지방’이 없는 지방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도에 편승한 여당 후보들에 대한 ‘묻지마 투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일꾼들의 비전과 정책이 지방 외적인 큰 이슈에 파묻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권자들은 정당이 자신들 승리만을 위해 설정하는 선거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친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일할 참 일꾼이 누구인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프레임과 판단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깨어있는 유권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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