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각 농업 지속가능성 우려
제주농협 ‘청년농업인 아카데미’ 시작

 

 

어버이날을 앞둔 지난 4일 20년이 넘게 농협제주시지부와 교류활동을 하고 있는 한 농촌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행사를 가졌다. 도·농간의 상생협력과 농촌마을 활성화를 위해 어르신들의 얘기를 듣는 기회를 갖고 격려 및 위로를 드리는 자리다.

그런데 올해 만남에선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행사 참석 젊은 층의 주민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농촌마을의 농업인 수 감소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현상이 해를 더할수록 심각해지고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일본, 그리고 유럽 선진농업국 등의 농가경영주의 ‘65세 이상:35세 미만’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2015년)은 140:1에 달했다. 가장 고령화된 국가로 알려진 일본의 89:1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미국(5.8:1)·프랑스(1.4:1)·독일(1:1) 등 주요 농업선진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농업인 고령화가 심각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40세 미만의 청년 농가가 전혀 없는 농촌마을이 증가하고 있다. 읍 지역의 농촌마을당 청년 농가의 수는 2005년 1.19명에서 2015년에는 0.4명으로 10년 사이에 3분의 1로, 면 지역은 0.88명에서 0.24명으로 4분의 1에 가까운 수준까지 크게 줄었다. 결국 대략 4개 마을을 합해야 청년농업인 1명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농가경영주 평균 연령은 65세를 넘는다. 이러한 고령화 현상 속에서 과연 농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농업과 농촌이 지속 가능할지 걱정이 크다.

국내 농촌 고령화와 인구 유출 문제가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심각한 현실에 이르렀음은 각종 통계와 정부의 정책방향을 통해서도 가늠해 볼 수가 있다. 정부가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을 농정의 주요 과제로 삼은 것은 농촌의 고령화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청년 농업인 육성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 청년 창업농 지원을 위해 기술·경영 교육과 컨설팅, 농지 임대 및 농지 매매 등 청년농업인 육성정책을 시행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1200명의 청년 창업농을 선발하는 등 2022년까지 농촌에 정주할 1만여 명의 청년농업인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제주농협이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장기교육과정을 개설, 청년농업인 양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참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10개월의 기간 동안 진행되는 ‘청년농업인 아카데미’ 과정은 이론무장과 현장감을 두루 갖춘 청년농부 양성과 지속가능한 제주농업·농촌의 기반을 유지하는 밑거름을 만들고자 개설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청년농업인들이 농업기술뿐만 아니라 각종 마케팅 기법과 현장 기술을 습득,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농업인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농민 혼자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농업생산성과 결부된 것만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농업인은 물론 관련 조직과 단체가 모두 협력하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다산 정약용이 편찬한 속담집인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농부아사 침궐종자(農夫餓死 枕厥種子)’라는 글이 있다. “농부는 지금 아무리 배가 고파 죽을지언정 앞으로의 농사를 위해 종자(種子)는 남겨둔다”는 말이다. 농부는 현재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를 준비한다는 뜻이라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 고령화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가장 소중한 종자는 바로 청년농업인 육성이다. 제주가 전국 최초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년농업인 육성과 그들의 정착을 위한 환경 만들기에 우리 모두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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