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성산읍 일대 2025년 완공 목표
환영 분위기서 반대 목소리 표출
환경·절차 문제 도출되며 갈등 증폭

신고리 5·6호기 갈등 해결 사례 중요
국민참여형 정책결정 방안 ‘역할’
공정한 여론조사로 실마리 찾아야

 

제주 제2공항 건설문제를 놓고 지역사회와 사업주체인 국토교통부 간 갈등이 심각하다. 정부는 오래 전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바 있지만 해군기지 갈등·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 중단·녹지병원 개원 문제 등 전국적 수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갈등은 이해 충돌에 의해 발생하므로 특성상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알지 못했던 지역의 숨은 문제를 부각시키고 소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적 역할도 있다. 그래서 “어떤 훌륭한 예술작품도 갈등의 요인 없이는 기대할 수 없고 갈등 없는 사회란 유토피아 외에는 찾기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이어온 제주 제2공항 건설문제가 도지사 폭행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온 이상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주 제2공항은 2015년 말 제주도가 공항인프라 확충 타당성 검토 결과를 공개하면서 성산읍 일대에 4조87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깜작 발표했다. 초반에는 여러 기관에서 환영과 축하를 보내고 성공적 추진을 기원했지만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어져 갔다.

특히 사업 예정부지에 농사를 하는 주민의 생존권 위협 등으로 반대논리가 형성되고 공항부지 선정단계부터 소통 없는 일방적 사업 강행에 불만들이 표출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어 자연환경 파괴·난개발 심화·입지 타당성 문제와 절차적 부실 등의 의문이 제시되면서 추진의 정당성까지 문제되고 있다.

더욱이 도민에 대한 공항건설에 대한 여론도 조사 주체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 도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9월말 시민단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현 제주공항 확장 33.6%, 제2공항 건설 찬성 24.4%로 나타났지만 며칠 뒤 10월에 제주도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찬성 63.7%, 반대 24%로 상반된 결과가 도출됐다.

또한 올 4월 지역 언론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제2공항 찬성은 25.9%, 현 공항 확장은 43.6%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과 상황에 비추어 이해당사자 간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정상적인 추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갈등해결을 위한 새로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이해관계가 첨예한 주요 갈등 상황을 상호 토론과 숙의과정을 통해 해결해 가는 국민참여형 정책결정 방안이 새로운 갈등관리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제주도정에서도 녹지병원 개원 문제를 숙의형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할 것으로 발표했다.

따라서 제2공항건설 갈등해결에도 숙의형 공론조사를 적용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제안해 본다. 숙의형 국민참여형 정책결정은 문재인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도입한 방안으로 공론화를 통한 의사결정방식이다.

공론화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이 모여 의논하고 공론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이해관계자·전문가·일반시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핵심은 객관적이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론조사’, 즉 여론조사라 할 수 있다. 원전공사의 경우 공론조사 결과, ‘건설 재개’가 59.5% ‘건설 중단’이 40.5%로 조사되어 건설이 재개됐으며 갈등은 결론적으로 해소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숙의형 공론조사에 대한 법적 지위와 의미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일반 국민에게 공평한 참여기회를 부여했다는 점과 공정성을 확보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임으로써 갈등을 해결한 사례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갈 길이 멀고 험악한 상황으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갈등 해결은 필수적인 과제다. 제2공항 건설 여부는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국토교통부의 갈등해결에 대한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속히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여 제주도민의 의사를 정밀하게 반영하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투명한 공론조사를 통해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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