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판문점선언’ 한 달
北美회담 개최·취소 등 오락가락
양측 ‘샅바싸움’ 냉·온탕 오가

文 대통령 중재노력 등 불구
한번 ‘깨진 쪽박’ 또 언제 벌어질지
“봄이 와도 아직 봄은 아니…”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역사적인 남북(南北) 정상회담으로 그동안 냉랭했던 ‘한반도 정세’는 급변했다. 이에 화답하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北美) 정상회담 개최’를 전격 발표(5월 11일)했다. 열흘 후인 5월 22일엔 한미 정상회담까지 열렸다.

하지만 평화스런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펜스 미국 부통령의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언급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4일 담화를 통해 펜스 부통령을 맹비난하면서 사단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회담 취소’란 초강수(超强手)를 뒀다.

‘벼랑끝 전술’은 원래 북한의 전유물이었다. 그랬던 북이 이번엔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에게 허(虛)를 찔렸다. 화들짝 놀란 북한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회담 개최 희망’ 담화를 발표하며 꼬리를 내렸다. 북의 다급한 요청에 5월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선 남북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가능성을 재차 시사함으로써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4월 27일 이후 한 달 남짓 한반도를 둘러싸고 펼쳐진 상황은 반전에 반전(反轉)을 거듭한 혼돈과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할 정도다. 때문에 앞으로 ‘비핵화(非核化)’를 쟁점으로 전개될 국제사회의 대화 추이 역시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남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미북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북한이 수용한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대신 “곧 이뤄질 북·미 실무협상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으로 공을 돌렸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다음달 1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미북 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終戰) 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는 6월 12일 싱가포르를 보고 있는 중”이라며 “그것(미북 정상회담)은 변하지 않았다.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나서 ‘깨진 쪽박’을 어렵게 다시 붙였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는 아주 많다. 북한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확실한 체제보장을 원한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현정권이 바뀌면 대북 기조도 변할 수 있다는 의심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핵을 감추거나 비밀리에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서로간의 목표는 분명하나 그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제게 부여한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해 그 길을 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노력과 관련 여야는 평소와 다름없이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2차 남북회담은 양 정상의 상당한 신뢰가 바탕이 돼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북미 정상회의 개최와 성공 가능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의 노력을 마냥 비판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정상회담을 ‘깜짝쇼’로 진행하는 것이 북핵폐기 등에 어떤 도움이 될지 우려스럽다”고 깎아내렸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남북이 ‘한반도 평화’의 새 출발을 선언하자, 그 담대한 발걸음에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환호했다. 분단(分斷)으로 갈라지고 얼어붙은 한반도에도 이제 새 봄이 오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가 싶었다.

그러나 봄날의 꿈은 때도 없이 찾아 드는 그놈의 찬바람에 ‘일장춘몽’의 처지에 놓였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은 아니다’는 말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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