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서 보는 빗나간 리더십
‘갑’이 될 수도 있는 ‘을’인 나 생각할 때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그의 소설 ‘어린왕자’에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그리고 장미꽃 한 송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주 작은 떠돌이별에서 아름답지만 자존심 강한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살던 어린왕자는 장미꽃의 투정에 마음이 상하여 별을 떠나게 된다. 이상한 어른들이 살고 있는 여섯 개의 행성을 지나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사막여우와 만남을 통해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와 책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고 나서야, 정원을 가득 메운 장미꽃들보다 자신과 관계를 맺은 장미꽃 한 송이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과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의미한다. 그것이 사소한 인연의 가벼운 관계라 할지라도 이 세상의 수많은 것 중 하나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그렇게 맺어진 관계는 끝까지 소중하게 지켜야한다는 것을 어린왕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논란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광고대행사의 직원에게 막말을 퍼붓고 회의 중 물을 뿌리는 등 상식이하의 행동이 알려지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장본인인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물론 언니 조현아 씨에 이어 어머니 이명희 씨까지 경찰에 불려나가는 등 한진그룹 오너 구성원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은 다시 분노했고, 오너일가의 퇴진을 위해 대한항공 직원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최근 들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각종 갑질 사례를 보며 대한민국 갑질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갑질 사태에 쏟아지는 국민적 비난을 보며 교훈을 삼을 수도 있으련만 그게 안되고 있다. 마치 누구의 갑질이 더 충격적인지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실 지위 격차가 있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갑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저 남의 일로 여기거나 일부 특정 계층의 상황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갑질’은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그리고 형태는 다르지만 직장에서 지속적으로 갑질을 당해왔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번 한진사태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갑질이란 계약서상의 당사자를 갑을로 표현하던 것에서 빗대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를 가리키는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 또는 권리의 우위에 있는 갑이 상대적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피해대상은 대부분 노동의 대가로 생활하는 시민들이다. 강도 높은 노동과 불확실한 미래만로도 힘든 현실인데 여기에 갑을관계의 폐해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갑질 자체가 기분이 나쁘고 부당할지라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어차피 바뀌지 않을 조직문화 때문에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한진의 오너일가의 논란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서 갑질에 대한 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갑의 위치의 우리도, 그에 대응하는 을인 우리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스스로 그렇게 살기를 권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의 갑질에 분노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이 ‘갑’의 위치가 되었을 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습을 돌아볼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 위에 군림하고 갑질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성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다. 힘으로 누르고 있을 수는 있으나 영원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터지고 만다. 한진의 갑질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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