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김 위원장 2차 정상회담
하루 만에 성사 분위기도 훈훈
정겨운 모습 보기 개운치 만은 못해

북한의 언행불일치가 문제
판문점선언에도 생트집·시비 걸기
중요한 건 ‘친구 같은 신뢰’

“내일 볼 수 있을까?” 전화로 물었다. 그러자 “그럼! 물론이지”. 그래서 둘이 만났다. 그야말로 ‘절친’의 모습이다.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26일 만났다. 하루 만에 만남이 성사돼 두 정상은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말 그대로 전격적인 만남이었다. ‘일개’ 장관들도 아닌 국가의 정상들이 ‘어제’ 약속을 잡고 ‘오늘’ 만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27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이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대화도 생산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은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김 위원장 역시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우리는 4·27 판문점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결과도 만들고, 북남관계 문제도 또 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긴밀히 대화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날 ‘번개만남’으로 꺼져가던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의 불씨가 살아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북한 관리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을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가 2차 ‘문-김 정상회담’ 뒤 유연하게 돌아서면서 파국을 면했다.

마침내 김영철 북한 대남담당 부위원장이 미국측 카운터파트너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간 ‘세기의 만남’을 위한 핵심 현안 조율 등 격렬한 ‘밀당’이 31일 시작됐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어도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여정이 다시 시작된 것은 남북정상간 2차 만남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불바다’가 아니라 ‘공존’을 향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남북정상이 정겹게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늘 흐뭇하고 개운하지만은 못하다.

북측의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가 문제다. 핵과 관련, 북한이 맺었다가 이행하지 않은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 2012년 2·29합의와 1·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2000년 6·15선언과 2007년 10·4선언이 ‘외교적 수사(rhetoric)’로 끝나버린 ‘배신의 경험’ 때문만도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문-김’ 1차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 역시 외교적 수사로 전락하는 느낌 때문이다. 이후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은 유머를 섞은 통 큰 발언과 뜨거운 포옹을 했던 김 위원장의 모습과 달라도 아주 달랐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판문점선언에 따라 개최 예정이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단에선 유독 우리 기자단의 합류를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한미 ‘맥스선더 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한 정권과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북한은 ‘2차 만남’ 후인 29일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한미 군사훈련은 이미 김 위원장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사안이다.

그래서 26일 2차 정상회담을 끝내고 헤어지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3차례나 포옹하며 보였던 미소가 미소로만 보이지 않는다. ‘진정성’에서 물음표가 떨어지지 않으니 솔직히 미소가 맺힌 곳이 ‘얼굴’인지 ‘가면’인지 헷갈린다. 말이 말 그대로 믿어지고, 미소가 미소로 읽혀져야 ‘친구’같은 남북이 될 것이다.

그 전제는 ‘언행일치(言行一致)’다. 친구 같은 만남과 액션 다 좋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니 반드시 있어야할 것은 친구 같은 신뢰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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