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폐수·니코틴 성분까지도 검출
청정과 공존 차원 오염원 철저 추적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표면이 화산재와 용암으로 덮여 있어서 투수성이 아주 높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44.5%의 지하수 충진율을 가진 지하수 생산 공장이다. 하지만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으면 빗물과 함께 지하수로 직행하는 취약성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동화책이 있다. 그 책의 줄거리를 보면, 어느 날 두더지 머리 위에 누군가가 똥을 쌌는데, 두더지는 그 똥을 머리에 이고 있는 채로 주범을 찾아 여기 저기 수소문 하면서 돌아다닌다. 어느 날엔가 파리를 만났는데, 파리는 똥 냄새를 많이 맡았던 경험이 있어서 똥의 주인을 확실히 식별해 찾아낼 수 있게 해준다.

환경의 날 아침에 무슨 똥 이야기를 하는가 싶지만 제주도 지하수의 모습이 동화책 속의 두더지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염 증상은 있지만 아무도 오염시킨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연구원에서는 파리와 같은 예민한 추적성능을 가진 동위원소 분석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동위원소 분석의 원리는 같은 원소일지라도 가벼운 것은 위에 있고, 무거운 것은 아래 있는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테면 비료에 있는 질소는 공기 중에 있는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벼운 반면, 땅에 자란 식물을 먹고 사는 가축들의 분뇨에 포함된 질소는 무거운 특성이 있어서 지하수에 들어온 질소가 어디서 왔는지 식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화학비료에 기인하는 질산성질소는 가벼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오염원 추적이 쉽지만, 무거운 특성의 축산분뇨와 사람의 오수에서 오는 질소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추적한다.

소·말·닭·돼지 등에서 나온 분뇨의 특성은 물론 먹은 사료까지도 분석, 구분해 낸다. 이와 함께 각 가축들의 내장에 서식하는 대장균의 유전자와 지하수를 오염시킨 대장균의 유전자 지문을 대조, 소·말·닭·돼지 등을 구분하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그래도 원인조사가 충족되지 못하면, 가축들이 먹는 사료들의 특이성분을 비교해서 추적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사료에 혼합된 항생제를 분석하거나, 사람의 오수에서 왔다면 콜레스테롤 성분을 분석한다.

제주도에서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오염원은 무려 1만2441개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각각에 대한 특성을 꾸준히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해 두면 앞으로 오염원을 추적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비료·축사·돈사와 가정에서 나오는 오수, 즉 지역에서 행해지는 모든 인간 활동이 오염의 주범인 셈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까지 오염원을 추적해본 결과 오염원을 중심으로 오염물질이 1㎞의 반경 이상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비료가 없을 때, 가축의 분뇨를 비료 대용으로 쓰기 위해 축산을 권장했기 때문에 오염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특별한 오염방지시설 없이도 가축은 사육될 수 있었다고 한다.

오염에 극히 취약한 화산섬에서 깨끗한 지하수를 마시기 위해서는 지하수 수질에 영향을 주는 시설과 행위들은 규제돼야 마땅하다.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적용이 쉽지 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화학비료의 사용 규제는 생산성의 저하를 초래하게 되고, 가축사육의 규제는 축산농가의 이해와 직결돼 있다. 그러나 제주사회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일이기에, 엄격한 규제와 보상을 통해서라도 ‘지하수 보존’은 청정과 공존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사회적합의 차원에서 이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환경의식을 가장 잘 알려주는 곳이 지하수의 수질이다. 지하수는 가장 낮은 곳에 있어서 우리가 무심코 버린 것까지도 다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니코틴·커피·콜레스테롤 성분도 검출되는 지하수, 우리가 몰래 버린 양심을 지하수는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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