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감동’
‘해방의 완성’에 대한 기대
남북 적대종식·한반도 영광 회복

‘비핵화’ 미국 역할 중요
기술·신뢰프로세스 시간도 필요
모든 난관 극복 ‘평화의 길’로 가야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하여 한반도에서 철수하던 일본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우리는 비록 전쟁에서 졌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컨대 조선인이 과거의 위대했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조선인에게 총과 칼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라는 저주의 예언을 남기고 떠났다고 전해진다.

그 100년이 되는 날까지 30년이 채 안 남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한반도의 반쪽에서 거둔 경제성장을 두고서 마치 해방의 영광을 되찾은 것처럼 자만하고 있지 않았던가? 지난 3월의 문재인-김정은의 판문점 회동과 사흘전 6월12일의 북미정상회담을 목격하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채웠던 감동의 정체는 아마도 해방의 완성, 영광의 회복에 대한 한줄기 눈부신 빛이 아니었을까?

굳이 따지자면 해방 후 한반도의 난관은 2개의 정부(제주도는 남과 북 단독정부에 반대했다) 수립에서 잉태됐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괄목하면 꼭 통일이 아니더라도 남과 북 두 나라가 적대를 종식하고 동반 발전하는 것도 엄연한 한반도 영광 회복의 길임에 틀림없다.

적대종식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크다. 그러나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은 미국의 막강한 군산(軍産)복합체제의 영향력에서 자유스럽지 못했다. 무기 산업은 무기 제조업자와 무기상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제수지 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정치인 출신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폭격기가 6시간 동안 괌 기지로부터 날아오는 비용, 그 폭격기들이 한반도 바다에 투하하는 폭탄들의 비용들을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고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미국을 봉으로 보는 무역 상대국들의 버릇(?)을 뿌리 뽑음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전문가들은 내가 북한의 김정은을 쉽게 만나주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트집 잡고 있다. 그들은 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왔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잘해낼 것”이라고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그러나 핵심주제인 ‘완벽한 비핵화’는 거기에 몇 개의 형용사가 붙건 안 붙건 간에 시간이 걸린다. 우선 기술적으로도 과거 남아공의 핵 해체 및 구 소련시대에 벨라루스 등 3국에 배치됐던 핵무기의 러시아 이전의 예에서도 최소 2년에서 4년이 걸렸다고 한다. 트럼프 이후 차기 대통령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다,

그것은 또한 기술적인 프로세스이자 신뢰의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공격의 위협이 무장의 위협을 낳았듯이 공격위협의 제거만이 핵무장으로 인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은 본질적으로 ‘닭과 달걀의 문제’이고 보면 비핵화와 체제 보장의 프로세스는 꽤나 까다롭고 장기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는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작은 차질 하나가 전체 프로세스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번 북미정상 합의문의 서명 후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쏟아진 우려와 힐난 섞인 언론들의 질문도 앞으로의 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심지어 ‘리비아식 해법’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정서가 한때나마 미국 핵심부 내에 있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리비아가 미국 등 서방의 각종 제재에 굴복, 핵무장을 중도 포기한 것이 2003년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에 불어닥친 ‘아랍의 봄’으로 인하여 가다피 정권이 반란군과 대치했을 때 반란군을 지원하여 결국 가다피의 체포와 처형에까지 이르게 한 유엔결의 1973호와 NATO군의 리비아 투입을 주도한 것이다.

그제 우리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렀다.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비핵화’는 선거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후에도 계속 우리 정계의 주요 주제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있을 모든 트집과 난관들을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일치된 의지와 열망으로 이겨내고 진정한 ‘한반도의 봄’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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