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총장 송석언)가 ‘제자 성폭력’ 문제에 이어 ‘갑질 교수’ 파문에 휩싸였다. 이 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부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A교수의 횡포를 고발하며 대학 측에 파면을 공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학생들은 18일 제주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교수의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특히 “학생들이 국제공모전에서 수상하면 (교수의)자녀 이름을 끼워 넣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추가로 폭로했다.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국제공모전 수상 팀 명단에는 A교수 자녀(당시 고교 1학년 추정) 이름이 학부생들과 함께 나란히 언론에 보도된 것이 확인됐다.

학생들은 “그동안 치욕적인 수업을 받아온 우리에게 인권은 없었다. 교수들은 성적과 졸업으로 협박해왔고 우리는 침묵하고 참아야 했다”며 “수년간 당해온 ‘갑질’의 악습을 끊고 더 나은 학과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4학년을 중심으로 1~3학년까지 50여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학생들은 지난 12일 학내 대자보 및 언론사에 보내온 동영상 등을 통해 해당 교수의 갑질 행각을 집중 거론했다. 걸핏하면 성희롱·무시 등의 폭언을 일삼고 도시락·담배·커피 등의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수업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학생들의 발표 시간에 식사를 하는 등의 상식 밖의 행동을 수시로 해왔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현재 학생들은 A교수 수업 거부에 이어 14일부터 모든 과목 수강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A교수의 즉각적인 수업·평가 배제와 진정성 있는 사과, 대학 측의 정확한 진상조사 및 A교수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총장 직권으로 해당 교수에 대해 학생 접촉금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학내 인권센터를 중심으로 직권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사회의 빠른 변화와는 달리 대학이 고루한 과거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점 및 취업을 빌미로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고, 그래서 갑질 또한 아직도 상존한다. 문제는 교수가 학생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데 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오죽하면 수업을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다. 지식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자체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상아탑(象牙塔)’의 추억은 잊은 지 오래다. ‘우골탑(牛骨塔)’으로 전락한 곳에서 허세를 부리는 교수들이 있는 한, 우리 대학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든 게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