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정상회담 잇따라 성사
비무장지대 관심 집중
방문객 급증 등 관광지 가능성 부각

생태관광자원 등 무궁무진
한국관광의 메카 조성도 시간문제
제주엔 위기 대처방안 고민해야

 

최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부터 국내외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모드가 조성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6·25전쟁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남·북한 간의 적대적 행위로 인한 전쟁재발을 막기 위해서 65년 전 한반도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만들어 놓은 비무장지대(DMZ)와 그 주변지역 관광지들이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DMZ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248㎞의 ‘녹색 띠’라 할 수 있는 DMZ를 찾는 외국 관광객 또한 최근에 늘고 평화를 주제로 한 행사들도 DMZ 벨트를 중심으로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직후 관광예약자의 규모가 예년과 비교하여 25%가량 늘었다는 것이 이 지역 관광업계의 전언(傳言)이다.

필자는 재작년부터 제주인으로서 ‘고향’ 제주관광의 미래 대안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전국 여행을 즐기고 있다. 재작년에는 강원·충북·경북 내륙지역을, 작년에는 강원 북부지역과 동해안 벨트지역, 그리고 경남 남해를 기점으로 전남 여수까지 남해안지역을 각각 여행했다.

올해는 여행지로 우리 가족과 이웃 몇 가족과 함께 경기 북부 DMZ 주변지역을 택했다. 당일 서울에서 1시간반 정도 파주를 경유해 문산까지 자동차 여행을 한 후 순환셔틀버스를 이용하여 4시간여 동안 제3땅굴·도라산역사(驛舍) 등을 돌아봤다. 가는 곳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장·노년층을 비롯한 학생 등 내국인 단체 관광객 또한 예상외로 많았다.

여행 중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도라산역사와 그 주변지역에서 조만간 불어닥칠 것 같은, 그럼으로써 경쟁지역이라 할 수 있는 제주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변화의 물결을 나름 직감할 수 있었다.

우선 나를 멈추게 한 것은 도라산역사 개찰구에 부착된 한 팻말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북 간에 정상적인 인적 교류가 이루어질 경우 코레일(KTX)이 승객들을 실고 도라산역을 경유하여 평양역까지 운행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높여주듯 ‘평양방면’이라 쓰여 있었다. 아마 이렇게 되면 경기북부 일원은 도시개발의 개발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나를 멈추게 한 것은 도라산역사 내 개찰구 앞면에 부착된 유라시아행 ‘KTX노선안내판’이었다. 최근 정부 발(發)로 공공연하게 언론에서 오르내렸듯이 그 안내판에는 도라산역이 어쩌면 부산과 목포를 출발지로 하는 유라시아행 KTX의 중간 기착지가 될지 모른다는 구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만약 위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특히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DMZ 주변지역에 항공보다는 육로를 통한 외국 관광객들이 들끓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 지역의 생태관광자원을 비롯하여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터여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관광의 메카가 조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라시아행 열차를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들 외에도 인천 및 김포공항, 그리고 강원지역 양양공항 등을 이용해 한국을 방문할 중국·중동권 등 관광객 규모 또한 전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제주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전혀 쉽지 않을듯하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역대 도정 어느 누구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확실한 방책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본분을 다했기보다는 ‘만만디(慢慢的)’로 일관하며 부동산 개발과 중국관광객특수에 안주해 온 측면이 크다.

따라서 DMZ 주변지역이 한국의 관광메카로 급부상하는 상황처럼 제주에 외풍이 강력하게 불어 닥칠 경우 제주관광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아마도 제주관광은 자생력의 한계 상황에서 고작 내국인 대중관광지로 그 위상이 고착화될 개연성이 매우 커졌다고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나름 도민의 여망과 기대를 담고 추진됐던 제주 제2공항 건설 및 개항 현안조차 여차하면 없던 일이 될 수 있음이다. 어떻든 이런저런 상황에 비추어 제주엔 위기임이 틀림없다. 이점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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