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땅 뉴질랜드 방문
면적 한국 2배에 450만명 거주
자연의 동물과 인간의 공존·공생
관광지 천연 그대로 ‘인공적’ 경계
뉴질랜드 오늘이 제주의 내일 생각
제주섬 ‘고유성·천연성’에 관심 절실

 

잠시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머무는 동안 종종 제주를 떠올렸다. 심지어 뉴질랜드의 오늘이 제주가 나아가야 할 내일일 거란 생각도 해봤다. 물론 몽상에 가깝다는 것, 잘 안다.

북섬과 남섬이라는 2개의 섬으로 이뤄진 뉴질랜드 땅은 한국의 두 배 반. 그 땅에 450만 명 정도가 산다. 최대 도시 오클랜드 인구가 150만 명, 나머지 300만 여 명이 넓은 섬 여기저기 흩어져 산다.

그러니 빈 땅이 지천인데, 그 곳은 양과 소·말·사슴 등의 영토다. 필자를 안내한 녀석은 믿거나 말거나 “양 한 마리당 1000평 정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양이든 소든 말이든 모든 동물들은 자연 그대로 산다. 그러니 가축(家畜)이란 낱말을 쓰기 어려운데, 달리 일컬을 낱말이 우리에겐 없다. 야생(野生)도 아니고 가축도 아닌 동물들에게 축사(畜舍) 역시 없다. 그저 드넓은 초원에서 먹고 자며 새끼 낳고 살아간다. 그렇게 살며 뉴질랜드를 먹여 살린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 공생이다.

목양(牧羊)이나 낙농(酪農)은 뉴질랜드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고품질 양모와 기능성 천연식품·약재·유제품과 육류·과실 등을 수출해 450만이 먹고 산다는 거다. 1인당 GDP는 4만 달러 가까운데, 1차 산업 비중이 높다는 것도 경이로웠다. 드넓은 영토와 청정 환경, 자연 그대로의 사육방식이 높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 거라 본다.

천혜의 자연환경은 뉴질랜드의 큰 자산이다. 2개의 큰 섬은 저마다 독특한 매력으로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최대 도시 오클랜드가 위치한 북섬은 화산활동에 따른 자연유산이 보존돼 오늘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면, 남섬은 높은 산들과 절벽·호수·만년설 등이 오래 전 모습 그대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관광지 홍보 글에 박혀있는 ‘순도 100% 뉴질랜드(100% Pure New Zealand)’란 문구는 과장이 아니었다. 20만 년 전 화산 폭발에 따라 생긴 북섬 로토루아 호수는 지열 활동에 따른 청록색 신비한 빛을 20만 년째 유지하고 있다. 남섬의 테카포 호수 역시 마찬가지. 호수의 환상적인 빛깔과 멀리 보이는 만년설,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 모두 자연이 베푼 그대로이고, 사람 손닿은 건 표지판뿐이다.

여행자들이 꼭 찾는다는 남섬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역시 엄격하게 관리한다. 자연 훼손 등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문 닫기 일쑤다. 필자는 운 좋았는지 마침 며칠 만에 문 열었다고 했다.

밀포드 사운드는 일종의 피오르드(fjord) 해안. 바다가 내륙으로 뻗어 들어가 형성된 자연의 산물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무대로도 잘 알려졌는데, 대부분 여행자들은 선상 크루즈투어를 즐긴다. 배 위에서 바다 양 쪽 높은 산과 절벽이 빚어내는 풍경을 만끽하거나, 더러 돌고래들이 솟구치며 배를 따라오는 모습을 만난다. 인공적인 건 사람이 탄 배 뿐, 모든 게 자연 그대로의 날 것들이다.

이밖에도 호비튼 가든·와이토모 동굴·와키티푸 호수·코에코헤 해변 등은 물론 수많은 스키 리조트와 골프클럽·제트보트·스카이다이빙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까지. 뉴질랜드는 그야말로 여행과 레저 천국이었다.

낯선 땅 뉴질랜드에서 제주를 떠올린 건 아쉬워서다. 30년 전 제주와의 첫 만남 느낌은 최근 뉴질랜드에서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드넓은 초원과 수많은 오름, 섬 한복판에 우뚝한 한라산.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긴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숲과 계곡·기암괴석·폭포 등 눈길 닿는 모든 곳은 천연(天然)의 세계였다.

하지만 그 세계는 대자연의 천연성을 잃어갔고, 사람의 손길로 이룬 어설픈 인공낙원으로 뒤바뀌고 있다. 섬만이 갖는 고유성조차 무너져 육지와 다를 바 없고, 신(神)들의 영토조차 사람들의 놀이공원이 돼 안타깝다.

뉴질랜드를 떠돌며, 제아무리 인간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자연이 빚어내는 솜씨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마찬가지로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것일 때 자연스러우며, 가장 빛나는 가치를 인간에게 선사한다는 걸 확인한다. 참 많이 무너지고 망가졌지만, 이제라도 제주 섬이 제주다운 고유성, 제주의 천연성을 되살리거나 보존하는 쪽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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